[문화가 흐르는 한자]<645>脈 絡 (맥락)

  • 입력 2003년 11월 25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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脈 絡 (맥락)

脈-맥 맥 絡-이을 락

搏-두드릴 박 亂-어지러울 난

籠-새장 롱 條-조목 조

‘濫觴’(남상)은 ‘술잔에 넘치는 정도의 물’로 사물의 始初(시초)를 뜻한다. 큰 강도 발원지는 그저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한 두 방울의 물에 불과하다. 그것이 여러 지류를 합쳐 커다란 강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즉 그렇게 큰 강도 흐르면서 때로 여러 갈래의 지류를 형성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을 뜻하는 글자가 ‘S’(배)다. 언뜻 보아도 하나의 물줄기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흐르고 있는 모습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S’의 뜻은 물의 ‘갈래’가 되겠다. 참고로 여기에다 ‘물’을 뜻하는 수(水)자를 덧붙여 ‘물줄기’라는 뜻을 확실히 한 것이 바로 派(파)자다.

그렇다면 한자 脈은 사람의 몸(月·肉)에 ‘갈래’가 있다는 뜻이 아닐까. 그래서 脈의 본 뜻은 ‘핏줄’ 곧 血管(혈관)이다. 脈搏(맥박), 動脈(동맥), 診脈(진맥)이 있다.

그런데 ‘갈래’가 나 있는 것으로 핏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에 갈래가 나 있으면 山脈(산맥)이 되고 석탄 따위의 지하자원에 갈래가 나 있으면 鑛脈(광맥)이 되며 金(금)이라면 金脈이 된다. 또 사람으로 얽혀진 갈래가 있다면 이번에는 人脈(인맥)이 된다. 물론 때로 갈래가 어지럽게 마구 얽혀 있을 수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亂脈(난맥)이다.

絡은 (멱,사)와 各의 결합이다. 곧 실((멱,사))로 제각기(各) 흩어져 있는 물건을 묶어 놓은 것을 뜻한다. 따라서 絡은 ‘묶다’, ‘연결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연결하여 얽어매는 것이 聯絡(연락), 五臟六腑(오장육부)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것이 經絡(경락)이다. 連絡不絶(연락부절· 왕래가 잦아 끊이지 않음)이란 말도 있다.

또 새장 속에 가두어 놓고 얽어매는 것이 籠絡(농락)인데 拘束(구속)이나 制限(제한)의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누구든지 籠絡당하게 되면 꼼짝 달싹하지 못한다. 반대로 籠絡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마음대로 놀릴 수 있다. 그래서 籠絡은 ‘제 맘대로 주무르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대체로 천자가 얄팍한 기교로 신하나 백성을 속이고 놀리는 것을 말했다. 물론 좋은 뜻은 아니다.

脈絡이라면 본디 핏줄이 끊이지 않고 연결돼 있는 것을 뜻했는데 후에는 사물의 일관된 條理(조리)나 理致(이치)를 뜻하게 되었다. 고구마를 캘 때 줄기를 더듬어가다 보면 여러 개의 뿌리와 만나게 되는 것처럼 脈絡을 더듬다 보면 결국에는 진상을 찾게 될 것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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