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디 흔한 말이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를 담고 있는 경구(警句)다. 이 말의 무게를 이란 영화 ‘사랑의 시간’처럼 자연스럽고 절실하게 표현하기도 힘들 것이다. 아내의 정부(情夫)를 살해하려는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3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남편과 정부의 입장을 바꾸고 또 바꿔보는 게임 같은 구성으로 삼각애정의 본질과 ‘서로 다름’이 갖는 아이러니를 풍자한다.
첫 번째 경우. 검은머리 택시 운전사는 아내 고잘이 금발의 구두닦이와 사랑에 빠진 것을 알고 구두닦이를 살해한다. 사형을 선고받은 남편은 바다에서의 죽음을 택한다. 두 번째 상황. 금발의 택시 운전사는 아내 고잘이 검은 머리의 주스 판매원과 사랑에 빠진 것을 목격하고 정부를 죽이려 하지만 오히려 정부가 금발 남편을 살해하고 만다. 재판에서 검은머리는 ‘사랑을 위해 죽겠다’며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세 번째 경우. 다시 검은 머리가 택시운전사 남편이 되고 금발 구두닦이는 아내의 정부로 바뀐다. 남편은 아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해칠 수 없음을 깨닫고 아내와 정부의 결혼식을 주선한다. 결혼식을 올리는 두 사람은 과연 어떻게 될까.
이 영화는 정-반-합의 변증법적 논리구조를 유머러스하게 차용한다. “차라리 날 죽여. 난 사랑을 멈출 수 없으니까”와 같은 대사를 통해 입장이 바뀌어도 사랑의 ‘참을 수 없는 유치함’은 계속됨을 드러낸다. 그러나 영화 말미에 숨겨진 장난스러우면서도 보석 같은 결말은 ‘이 세상 모든 외도’가 왜 일어나는지를 알려준다. 그건 상대가 금발이어서도 흑발이어서도, 돈이 많아서도 가난해서도 아닌, 그저 ‘남편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을.
정치색과 여성해방을 담은 파격적인 영화로 이슬람 사회에서 스캔들의 중심에 선 이란 출신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71분짜리 소품. 2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