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문봉선 '정중동'展…水墨의 혁명 “더욱 단순하게”

  • 입력 2003년 11월 26일 18시 22분


'겨울' 145×74cm
'겨울' 145×74cm
산수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온 한국화가 문봉선씨(42·인천대 교수)가 12월 4일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미술관에서 ‘정중동(靜中動)’전을 연다. 그는 수묵을 여전히 우리 시대의 가능성 많은 회화장르로 자리매김한 작가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해 열었던 ‘선 미술상 수상전’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당시 그는 기존에 그려왔던 북한산이나 섬진강처럼 ‘보이는 산수(실경산수·實景山水)’에서 공기나 바람 같은 ‘보이지 않는 산수’로 작품세계의 전환을 시도했었다.

이번 출품작들은 20대 때부터 여러 공모전에서 큰 상을 받아 일찍이 화단의 주목을 받았던 그가 마흔 줄에 접어들면서 일으킨 내적 혁명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아직 변신의 완성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1년 전에 비해 기법이나 표현이 무르익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봄비’ ‘동녘’ ‘수면’ ‘아침’ ‘바람’ 같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그의 그림은 어느 특정 지역이 아니라, 어디에서고 쉽게 만날 수 있는 보편화된 산수를 보여준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어떤 물상(物像)이 아니라 이를 에워싸고 있는 ‘기운’, 즉 ‘에너지’다.

‘바람(風·74X145cm)’은 두 개의 면에 농담을 달리한 엷은 먹을 칠한 뒤 가는 사선을 수 없이 그은 작품이다. 여인의 머리카락처럼 휘날리는 수양버들의 운동감을 통해 보이지 않는 바람을 표현한 것이다.

하늘을 여백으로 남겨 놓은 뒤 뒷산 봉우리를 엷게 그리고 앞 들녘은 어둡게 표현한 ‘노을’은 그가 수묵적인 기법과 표현을 현대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중국 난징에서 1년간 체류하면서 베이징 ‘Soka’ 화랑에서 개인전을 가진 것이 작품에 큰 자극이 됐다. 당시 그는 수묵 전통이 깊은 중국인들로부터 ‘현대화에 노력하는 한국 작가’라는 평을 받았다. 그는 “앞으로도 더 많이 지우고 더 단순하게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다. 02-3457-1665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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