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 나온
바알간 오리밭 맨발
채마밭을 지나
바알간 볼의 소년이
새 운동화를 신고
邑內
학교로 간다
도시락이 따뜻하다
아직은
미워할 수 없는 게
더 많다
아직은
바알간 속살로
기다리고 있는 게 더 많다
-시집 '몸時'(세계사)중에서
소나무, 잣나무야 나이테 꽤나 두른 선비들 아닌가. 서릿발, 눈발이고 천 년째 푸른 거야 새로울 것 없지만 저 야들야들한 것들 좀 보게. 발목 채이는 눈시루떡 살짝 헤치면 푸르게 기지개 켜는 초록 시금치들. 새파란 두 주먹, 붉은 맨발로 삼동(三冬)을 건너는 저것들은 겨우 두어 달 된 아기들이라네.
바알간 오리발? 고인돌, 선돌 다 얼어 죽는 추위래도 저것들은 겨우내 쩍쩍 달라붙는 얼음판 위를 맨발로 걷는다네. 하아, 입김으로 새벽길 녹이며 학교 가는 볼 붉은 소년이 있구나. 시절이 아무리 엄동이어도 얼지 않는 바알간 속살이 있어서, 무서운 겨울도 언제나 나그네에 불과하다네.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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