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회에는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오귀스트 르누아르, 조르주 브라크, 조르조 모란디 등 해외작가들과 김환기 도상봉 김기창 천경자 이달주 황혜선 등 국내의 작고 및 생존 작가에 이르기까지 30여명의 작품 70여점이 전시된다. 테이블 위에 놓인 과일이나 꽃병을 그린 고전적인 정물화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정물’의 세계를 현대적 의미로 확장한 조각이나 설치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 국민화가로 추앙받는 모란디의 ‘탁자 위의 세 가지 물건’ 등 4점은 은은하면서도 깊은 멋을 준다. 그는 형상을 단순화한 뒤 흰색 회색 갈색 등 몇 가지 색만을 사용해 지적이고 명상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최근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회고전을 열었던 러시아 작가 니콜라 드 스타엘의 ‘정물-과일’은 사라져 버릴 듯 희미한 윤곽선과 화사한 색조로 신비감을 자아낸다.
프랑스의 대표적 상징주의 화가 오딜롱 르동이나 달리, 샤갈의 정물은 다채롭고 풍부한 색채감으로 보는 이의 기분을 산뜻하게 한다. 주최측은 이들 작품을 스위스 바젤 바이엘라 재단 컬렉션과 뉴욕, 파리의 개인소장자들로부터 빌려왔다고 밝혔다.
또 독일 현대미술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안젤름 키퍼가 꽃밭을 소재로 그린 대작 ‘천송이 꽃을 피우자’(660cm×280cm)나 영국 젊은 예술가들의 선두주자인 데미안 허스트가 핑크색 바탕 위에 일곱 마리의 실제 나비를 붙여 놓은 ‘무제’도 선보인다.
한국 작가 중에는 42세에 요절한 이달주가 눈에 띈다. ‘고엽’ ‘북어’ ‘개와 새우’ 등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그의 유작들은 우수가 깃든 서정성을 보여준다. 02-720-1020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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