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개념미술, 비디오 아트, 포스트모더니즘 등 회화 입체 설치 각 영역에서 서로 다른 작품세계를 추구하는 세계 유명 작가들이 ‘벽’이라는 주제로 작품을 선보이는 이색 전시회가 열린다. 내년 1월 17일까지 서울 청담동 카이스 갤러리에서 열리는 ‘Wall Works’전. 이른바 현대판 벽화전인 셈이다.
참여 작가들은 백남준을 비롯, 미국의 조셉 코수스, 셰리 르빈, 프랑스의 다니엘 뷔렝, 실비 플러리, 독일의 이미 크뇌벨, 토마스 그룬벨트 등 7명이다.
백남준의 ‘나는 비트겐슈타인을 읽지 않는다’(1998년 작)는 7가지 색을 토대로 텔레비전 화면조정시간에 방송되는 TV 줄무늬 패턴을 응용해 벽화를 그리고, 이 벽화가 그려진 벽면 네 모서리에 비디오 모니터 4대를 설치한 작품이다. 다니엘 뷔렝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8.7cm 폭의 줄무늬 패턴을 일정한 간격으로 벽면에 배열한 ‘25개의 에나멜 판’(1993년 작)을 출품했다.
실비 플러리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샤넬’이 풍기는 달콤하고 화사한 분홍빛을 재현한 ‘샤넬’(1996년 작)을, 미니멀 추상의 대표작가인 이미 크뇌벨은 현대 건축구조물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기하학적 조형인 ‘메니게 다각형’(1996년 작)을 보여준다.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알파벳 모양의 네온사인을 검은 벽에 설치해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는 듯한 효과를 노린 조셉 코수스의 ‘시글라, 피네간의 경야(經夜)’도 흥미롭다.
현대 벽화들은 인테리어적 효과도 갖고 있다. 그래서 작가들이 매번 벽화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전문 화공들이 작가가 지정한 작품의 재료를 가지고 설명서대로 작업해서 완성한다. 그래서 마치 판화처럼 10여개의 에디션만 정해놓고, 벽화의 판매와 설치도 제한한다. 고객이 작품을 구입하면 화공들이 지정된 장소에 벽화를 그대로 재현한 뒤 작가가 인증서를 발급해 준다. 이번에 전시된 벽화들은 전시를 마친 뒤 지우거나 해체된다. 02-511-0668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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