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 325의 2 현진건 고택은 대지 267평, 건평 70평의 한옥으로 팔작지붕에 겹처마의 건축물이어서 근대문화유산의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이 집은 현진건이 1936년 동아일보 사회부장으로 재직할 때 ‘손기정(孫基禎) 일장기 말소사건’에 연루되어 1년간 옥고를 치른 뒤부터 1943년 결핵으로 타계할 때까지 살았던 곳이다. 당시 그는 이 집에서 ‘무영탑’ ‘흑치상지’ 등의 역사소설을 집필했다.
그의 타계 후 8명의 소유자를 거쳐 1976년부터 정모씨(경기 성남시 거주) 소유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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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에 따르면 철거는 중장비 포클레인이 동원돼 14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었으며 기와 등 건축자재는 강원도의 한 업자가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집터는 빈터로 남아 있고 그 옆에 수백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 두 그루만 서 있다.
본래 정문 앞에 ‘현진건 집’이란 동판이 있었으나 7월 22일 분실되어 고택 관리가 허술했음을 드러냈다.
서울 종로구 문화재심의위원회는 94년과 95년, 올해 9월 11일 세 차례에 걸쳐 이 건물을 기념물 또는 문화재로 지정하고 매입해 ‘현진건 기념관’을 건립해 줄 것을 서울시에 건의했으나 서울시는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진건 고택은 문화재로 지정할 것은 못되고 기념관을 건립하는 식으로 보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5월 문화재청에 수리비 등 관리비용 일부를 보조받는 근대 건축물로 등록해달라고 요청해 놓았으나 철거된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최근 서울시가 근대건축물을 보호하겠다는 정책까지 발표해놓고도 이 고택을 지키지 못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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