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놈이 콩밭에 눈 똥을
훌떡 삼켜버렸다
그리고 내게로 와서
맨발로 핥았다
걷어차지 못했다
물리치지 못했다
부르르 떨고 있는 늦가을 목련나무를
한참 쳐다보았을 뿐,
옆에 서 있는 미친 대추나무에
막걸리 서 되 받아주고 나도 한잔 마셨다
-시집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천년의 시작)중에서
저 빛나는 순금의 시간에 다들 어디 있었던가. 모두들 어디 가고 저 집 개와 콩밭에 눈 똥과 맨발뿐이란 말인가. 우리는 저 눈부신 부음(訃音)을 받아 쥘 적자(嫡子)가 아니란 말인가?
늦가을 콩밭, 그도 노을빛이겠지. 막내 놈이 눈 똥, 저 노을 머금어 안팎으로 순금이겠군. 여름내 단풍 든 농군의 맨발 또한 노을빛일 테니 저 시각, 세상 만물이 금물 든 등신불이겠네.
서류와 서류 사이, 건물과 건물 사이, 스모그와 스모그 사이, 우리가 곯은 달걀 같은 태양을 쓸어버릴 때, 저기 저 마을에 쏟아 붓는 금빛 유산 좀 보게. 왜 아니 떨리고 미치지 않겠나, 생의 마지막이 가장 절정인 걸.
부상(扶桑)에서 함지(咸池)까지 날마다 죽는 저 황홀한 임종. 도심의 서자(庶子)들이 자꾸만 외면하는 그 때에.
반칠환 시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