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담낭)는 간에서 분비된 쓸개즙(담즙)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장기로 커질 땐 7~8cm, 작아질 땐 3∼4cm 정도의 크기다. 이 장기는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쓸개 빠진 놈’ 등의 속담에 자주 나온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명환 교수(47)는 이웃사촌인 두 장기와 간 내 담석의 치료 및 연구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어 각국에서 제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매년 김 교수에게 의대 졸업생을 보내 담도췌관경(ERCP) 시술법을 배우도록 하고 있다. 내년 초에는 미국 UC데이비스에 근무하는 전임의 3년차가 미국내시경학회의 장학금을 받아 김 교수의 가르침을 받으러 온다. 이 학회의 장학금을 받아 아시아에서 연수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김 교수는 1998년 췌장 질환자를 수술하면서 담도를 자르는 관행을 깨고 췌관만 수술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김 교수는 10년 동안 1만7000명의 환자를 ERCP로 치료했고 현재 입원 환자만 150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환자의 분포는 어떤가.
“담석, 담도암, 체장염, 췌장암 순으로 많다. 한국인에게서 담석과 담도암 발병률은 서양의 5배다. 췌장암은 서구에 많은 암이지만 최근 한국에서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담석, 담도암 환자가 많은 이유는….
“담석은 담즙에 찌꺼기가 끼거나 담즙 안의 기생충이 굳어지면서 돌처럼 굳는 것이다. 한국인은 생선회를 즐기기 때문에 간디스토마가 원인인 색소성 담석 환자가 많고 고지방 위주의 식생활이 원인인 콜레스테롤 담석은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담석이 있으면 모두 없애야 하는가.
“한때 쓸개 안에 담석이 있을 경우 방치하면 담도암으로 진행한다는 이론이 있었지만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만큼 증세가 없다면 그냥 놔둬도 된다. 담도 담석은 발견 즉시 제거해야 한다. 간 일부에 담석이 몰려 있다면 간 일부를 자르는 수술을 받기도 한다. 담석을 결석과 혼동하는 사람이 있는데 결석처럼 맥주나 물을 많이 마시거나 초음파를 사용해 빼낼 수는 없다.”
―담도암과 췌장암은 치료가 잘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불행히도 그렇다.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지만 발견이 쉽지 않다. 담도암은 20%만이 수술이 가능한 상태에서 발견되며 80%는 수술해도 재발하고 완치가 안 된다. 췌장암은 90% 이상이 진단 후 6개월∼1년에 목숨을 앗아가는 암 중에서도 최고 악질 암이다. 그러나 조기에 진단받으면 수술로 완치할 수 있다.”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둘 다 소화불량, 복통 등의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증세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기검진이 필수다. 속이 거북한 증세가 있어 위내시경 검사를 받고 한 달 이상 약을 복용해도 낫지 않으면 담도와 췌장검사를 받아야 한다. 두 암 모두 매년 경험 많은 내과 의사의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40세 이상인 사람이 췌장암 가족력, 만성 췌장염이 있다면 매년 컴퓨터단층촬영(CT)을 받도록 한다.”
―두 암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췌장암을 예방하려면 담배를 끊고 술을 멀리해야 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췌장암 발병 위험이 4배 높다. 또 모주망태는 만성 췌장염으로 악화됐다가 췌장암으로 진행되곤 한다. 두 암 모두 인스턴트 음식, 고지방, 고열량식을 피하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한국인에게 많은 담도암을 예방하기 위해 생선회를 즐기는 사람은 매년 한 번 구충제를 먹는 것이 좋다. 특히 민물고기 회를 즐길 경우 구충제가 필수다. 횟집에서 민물고기에 있는 기생충이 회칼이나 도마 등을 통해 바다 생선으로 옮아갈 수도 있으므로 민물회를 먹지 않더라도 생선회를 좋아한다면 구충제를 먹는 것이 좋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어떻게 뽑았나▼
쓸개(담) 이자(췌장) 질환 분야의 베스트닥터로는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명환 교수와 서울대병원 일반외과 김선회 교수가 선정됐다.
이는 전국 19개 대학병원의 소화기내과 및 일반외과 교수 87명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담도 췌장 질환이 있을 때 치료를 부탁하고 싶고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의사를 5명씩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김명환 교수와 순천향대 심찬섭 교수는 집계가 끝날 때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며 혼전을 벌였는데 두 사람은 국내에서 2명뿐인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의 편집위원이다. 일반외과에서는 김선회 교수가 압도적인 추천을 받았다.
서울대병원 일반외과 박용현, 연세의료원 내과 강진경 교수는 각각 병원장과 의료원장을 맡아 환자를 많이 볼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고른 추천을 받았다.
▼담 췌장 질환치료 12인의 명의▼
▼국내 첫 내시경이용 간담석 제거▼
∇심찬섭(55)=담도질환의 내시경 치료, 담도 도관 삽입술의 세계적 권위자. 국내 최초로 내시경을 이용해 간의 담석을 제거하는 시술에 성공했다. 매년 4, 5차례 세계 각국의 치료 내시경 워크숍에 초청받아 강연한다. 최근 췌담도 환자 치료에 필요한 자가 팽창 막(膜)부착형 인공 도관을 개발했다. 국내 최초의 미국내시경학회 명예회원이기도 하다.
▼췌장암 항암치료분야 전문가▼
▽송시영(46)=췌장암의 항암 치료 분야에서 손꼽히는 권위자다. 국내 최초로 방사선 항암화학 병행요법을 통해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를 수술이 가능하도록 바꿨다. 국내에서 가족성 췌장암의 존재를 밝히고 연관된 유전자의 변이를 규명했다. 췌장암의 발생과정, 관련 유전자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조기진단법과 항암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기초연구 1인자… 가이드라인 만들어▼
▽윤용범(55)=담 췌장 분야의 기초 연구에서 국내 최고로 인정받고 있으며 췌장 기능측정법, 췌장암 치료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었다. 국내 최초로 콜레스테롤 담석의 용해요법과 체외충격파 쇄석술에 의한 담석 분쇄요법 등을 시행했다. 한국도 서구와 마찬가지로 도시에서는 콜레스테롤 담석이 색소 담석보다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만성 췌장염환자 기능장애 연구▼
▽김창덕(50)=1989년부터 췌장 기능에 대한 생리학적 실험과 더불어 만성췌장염 환자의 췌장기능장애에 대해 연구했다. ‘만성 췌장염 환자에서 췌장분비기능에 대한 평가’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고 현재 이를 환자들의 췌장기능 평가에 적용하고 있다. 급성 및 만성 췌장염의 기초 연구, 담석 및 담도암에 대한 역학 연구와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학술대회서 최우수논문상▼
▽김용태(45)=올해 간 췌 담도 유럽학술대회에서 윤용범 교수와 함께 발표한 ‘DNA 칩을 이용한 췌장암과 만성 췌장염의 진단’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급성 췌장염 발생에 관여하는 물질의 역할을 규명했고 담낭암 발생과 관계 깊은 유전자를 밝혀냈다. 췌장암 발생에 있어 유전자의 고장을 유도하는 요인을 밝혀내기도 했다.
▼美 소화기내시경학회 국제회원▼
▽이성구(44)=간 담석의 담도경 치료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췌담도 질환을 최신 초음파내시경을 이용해 진단하고 있다. 환자, 간호사, 제자에게 깍듯한 예의를 갖추는 ‘신사’다. 담도경 검사법을 통한 간 내 담석 및 협착의 치료 효과에 대해 미국 소화내시경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편집이사, 미국 소화기내시경학회 국제회원이다.
▼담도-위장관막힘 치료 인공관 개발▼
▽김진홍(47)=담도 및 위장관 막힘을 치료하기 위한 인공관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4개의 특허를 갖고 있다. 담췌장 질환의 내시경 치료에도 뛰어난 성과를 올리고 있다. 1991, 92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학술상을 두 차례 수상하는 등 왕성한 학술 활동을 보이고 있다. 현재 대한췌담도연구회 감사와 대한소화관운동학회 감사 등을 맡고 있다.
▼담도암-췌장암 수술 최다 실시▼
▽김선회(49)=담도암과 췌장암 수술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하고 있다. 복강 내 수술 중 가장 복잡하다는 췌두(膵頭)십이지장절제술의 권위자. 담도와 췌관이 만나는 부위에 암이 생겼을 때 무혈수술로 환자의 예후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계적 학술지에 장기 보존적 췌장절제술, 절제 후 췌장 재생의 자극에 대한 연구 등을 발표했다.
▼종양표지자 이용 췌장암 조기진단▼
▽이우정(47)=췌장암 수술 및 복강경 수술의 권위자다. 종양 표지자를 이용해 췌장암을 조기진단하고 있으며 3차원적 영상 구성을 이용한 수술 계획 수립과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 등을 통해 치료율 상승에 힘쓰고 있다. 수술시 환자의 통증, 영양상태 등 삶의 질을 고려하는 치료법을 선택하고 있다. 미국 밴더빌트 의대와 일본 교토의대에서 실력을 닦았다.
▼간 이식수술 분야 세계적 명의▼
∇이승규(54)=간 이식수술분야의 세계적 명의. 담낭 수술 분야에서는 배에 3∼4개의 구멍을 뚫어 담낭을 절제하는 ‘복강경 담낭 절제술’을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 과거에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간문부 담관암을 간문맥 색전술이라는 새로운 수술법으로 국내 최초로 치료했다. 국내최대 규모의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250명에 췌두십이지장 절제술 시술▼
▽이영주(50)=미국 피츠버그암연구소에서 암 면역요법 및 간이식, 미네소타대병원에서 췌장이식에 대해 연구했다. 250여명의 환자에게 췌두십이지장절제술을 시행하는 등 외국 병원에 못지않은 수술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또 진행성 담도암에서 췌두십이지장절제술과 함께 간합병절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소아 간이식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췌장수술 성공률 99%이상 기록▼
▽한덕종(54)=췌장과 콩팥 이식의 전문가이다. 1992년 국내 처음으로 당뇨병 환자에게 췌장과 신장을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했다. 1999년에는 뇌사자의 췌장도세포를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까지 약 50건의 췌장이식술을 시행했다. 각종 췌장 수술에서 사망률을 1%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 국제면역억제학회 췌장이식 분야 편집인을 맡고 있다.
담 췌장 질환 전국의 명의들 | |||||||||
과 | 이름 | 소속 | 세부전공 | ||||||
소화기내과 | 김명환 | 울산대 서울아산 | 담 췌장 질환의 내시경 치료 | ||||||
심찬섭 | 순천향대 | 소화기 질환의 내시경 치료 | |||||||
송시영 | 연세대 세브란스 | 담 췌장 질환 | |||||||
윤용범 | 서울대 | 담 췌장 질환 연구 | |||||||
김창덕 | 고려대 안암 | 담 췌장 질환 | |||||||
김용태 | 서울대 | 담 췌장 질환 | |||||||
이성구 | 울산대 서울아산 | 담 췌장 질환 | |||||||
김진홍 | 아주대 | 담 췌장 질환, 담도배액관 개발 | |||||||
이동기 | 연세대 원주기독 | 담 췌장 질환 | |||||||
김호각 | 대구가톨릭 | 담 췌장 질환 | |||||||
최호순 | 한양대 | 담 췌장 질환 | |||||||
이종균 | 성균관대 삼성서울 | 담 췌장 질환 | |||||||
정재복 | 연세대 세브란스 | 담 췌장 질환 | |||||||
이 진 | 한림대 한강성심 | 담 췌장 질환 | |||||||
동석호 | 경희대 | 담 췌장 질환 | |||||||
이규택 | 성균관대 삼성서울 | 담 췌장 질환 | |||||||
강진경 | 연세대 세브란스 | 담 췌장 질환 | |||||||
양웅석 | 부산대 | 담 췌장 질환 | |||||||
함준수 | 한양대 구리 | 담 췌장 질환 | |||||||
서동완 | 울산대 서울아산 | 담 췌장 질환 | |||||||
최성호 | 성균관대 삼성서울 | 담 췌장 질환 | |||||||
문종호 | 순천향대 부천 | 담 췌장 질환의 내시경 치료 | |||||||
김재선 | 고려대 구로 | 담 췌장 질환 | |||||||
최명규 | 가톨릭대 강남성모 | 담 췌장 질환 | |||||||
한준열 | 가톨릭대 성모 | 담 췌장 질환 | |||||||
박상흠 | 순천향대 천안 | 담 췌장 질환 | |||||||
이선영 | 이화여대 목동 | 담 췌장 질환 | |||||||
조영덕 | 순천향대 | 담 췌장 질환 | |||||||
일반외과 | 김선회 | 서울대 | 췌장 수술 | ||||||
이우정 | 연세대 세브란스 | 담 췌장 수술 | |||||||
이영주 | 울산대 서울아산 | 담 췌장 수술, 소아 간이식 | |||||||
이승규 | 울산대 서울아산 | 간 담 췌장 수술 | |||||||
한덕종 | 울산대 서울아산 | 담 췌장, 콩팥 수술 | |||||||
왕희정 | 아주대 | 간 담 췌장 수술 | |||||||
서경석 | 서울대 | 간 담 췌장 수술 | |||||||
최상용 | 고려대 구로 | 간, 담도 수술, 혈관외과 | |||||||
박용현 | 서울대 | 담 췌장 수술 | |||||||
한호성 | 분당 서울대 | 간 담 췌장 수술 | |||||||
박광민 | 울산대 서울아산 | 간 담도 외과 | |||||||
김홍기 | 한림대 춘천성심 | 간 담 췌장 수술, 소화기운동학 | |||||||
김명욱 | 아주대 | 담 췌장 수술 | |||||||
최동욱 | 원자력 | 간 담 췌장 외과 | |||||||
김동구 | 가톨릭대 강남성모 | 간 담 췌장 외과 | |||||||
홍성화 | 경희대 | 간 담 췌장 외과, 복강경 | |||||||
이상목 | 경희대 | 간 담 췌장, 복강경 | |||||||
이광수 | 한양대 | 간 담 췌장 외과 | |||||||
김홍진 | 영남대 | 간 담 췌장 외과 | |||||||
김주섭 | 한림대 강동성심 | 간, 담도 이식 | |||||||
김응국 | 가톨릭대 성모 | 간 담 췌장 외과, 복강경 | |||||||
임태진 | 계명대 동산 | 간 담 췌장 외과 | |||||||
이건욱 | 서울대 | 간 담 췌장 외과 | |||||||
김용일 | 성균관대 삼성서울 | 담 췌장 수술 | |||||||
최윤백 | 울산대 서울아산 | 복강경 수술, 탈장, 외상 | |||||||
최용만 | 이대 동대문 | 간 담 췌장 외과 | |||||||
송인상 | 충남대 | 간 담 췌장 질환 | |||||||
이석구 | 성균관대 삼성서울 | 간 담 췌장 외과 | |||||||
김욱환 | 아주대 | 간 담 췌장 외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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