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법문’을 텍스트로 오늘의 한국 불교를 되돌아보는 간경결제(看經結制·참선수행 대신 경전과 법문을 토론하는 안거 방식)가 지난달 29일 오후 전북 남원시 실상사에서 열렸다. 불교신문과 선우논강이 주관하는 이번 간경결제는 내년 1월 31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열린다.
이날 성철 스님의 상좌였던 원택 스님이 ‘성철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동국대 서재영 강사가 ‘백일법문의 개요’를 발표했으며 도법(실상사 주지) 해월(동화사 강주) 오성(해인사 승가대 강사) 세등 스님(운문사 승가대 강사) 등 100여명이 토론을 벌였다.
원택 스님은 “성철 스님은 평소 ‘중도를 말하지 않으면 불교가 아니다’고 말했다”며 “성철 스님이 ‘책을 보지마라’고 한 것은 수좌(首座)들이 깨달음을 위해 화두 참선의 일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 교학(敎學)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날 논주(論主)로 발제한 서재영 강사는 “성철 스님의 중도 사상은 출가자와 재가자, 교학과 참선, 간화선과 다른 수행법 등이 각자의 가치관으로 서로를 배척하지 말고 하나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라며 “중도 사상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한국불교와 분열된 한국사회의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지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성철 스님이 보조국사의 ‘돈오점수(頓悟漸修)’를 비판하고 ‘돈오돈수(頓悟頓修)’를 말한 것은 참다운 깨달음의 경계인 구경각(究竟覺)에 이르지 않았는데도 관문 하나를 뛰어넘었다고 해서 깨달음에 이르렀다고 착각하는 것에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세등 스님은 “성철 스님이 참선 위주의 간화선을 강조한 것과 출가자(스님) 중심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중도사상과 모순된다”며 “추상적 중도사상을 어떻게 현실에 적용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성철 스님의 견해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도법 스님은 “이 자리가 성철 스님에 대한 칭송이 아니라 스님의 불교관을 근본적으로 점검해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원=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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