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 고택 철거’ 법정으로… 市 직무유기 고발계획

  • 입력 2003년 11월 30일 18시 31분


서울 종로구 부암동 325의 2 빙허 현진건(憑虛 玄鎭健·1900∼1943) 고택 철거와 관련해 당초 인터넷 홈페이지(www.chpri.org)를 통해 현장 고발을 했던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소장 황평우)는 30일 서울시 관계자들을 직무유기 및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황 소장은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현재 문화재가 아니더라도 지정 가능한 문화유산이 멸실이나 훼손 우려가 있을 때는 보호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1994년부터 종로구 문화재심의위원회가 현진건 고택에 대해 수차례 문화재 지정과 매입, 복원, 기념관 건립 등을 건의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서울시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한편 집주인 정모씨(경기 성남시 거주)는 최근까지 자신의 집이 현진건 고택임을 몰랐다고 주장해 서울시나 종로구청측의 보존 노력이 부족했음을 내비쳤다.

정씨는 “1976년 한 군인에게서 매입한 이후 모친이 거주하다 수년 전부터 비워 두었던 집”이라며 “현진건의 생가임은 최근에 알았고, 그동안 서울시나 종로구청측으로부터 한번도 문화재 지정을 위한 상의를 받은 적이 없으며, 아울러 7월 현진건 생가임을 알리는 동판이 세워졌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오래된 집이어서 축대 붕괴 우려 등이 제기돼 철거를 검토해오다 내년에 그린벨트가 해제될 것이라는 소식에 다가구주택을 짓기 위해 철거했다”고 말했다.

이번 현진건 고택 철거는 최근 근대 건축물 보호에 대한 여론이 높은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문화재청은 2001년 7월 지정문화재가 아닌 근현대 시기에 형성된 건조물 또는 시설물 중에서 보존가치가 큰 유산을 등록해 보호하는 ‘근대 문화유산 등록제도’를 도입했으며, 8월 말 전담 부서인 근대문화재과를 신설했다. 또 최근에는 ‘건물이 없으면 역사도 없다’는 구호를 내걸고 근대 문화재 보존을 위한 조직인 ‘도코모모(DOCOMOMO) 코리아’(회장 김정동 목원대 교수)가 창설되기도 했다.

황 소장은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과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최순우의 옛 집이 문화단체와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가까스로 철거 위기를 모면한 사례가 있으나 이번 현진건 고택도 그에 못지않은 문화유산”이라며 “비록 철거는 되었더라도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 문화재 보존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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