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세 소년은 어른이 될 때까지 될 수 있는 한 서로를 피하며 고립된 삶을 살아간다. ‘그 날 내가 차에 타지 않았더라면….’ ‘우리도 그 날 차에 탔더라면….’ 이런 질문이 그들을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미(숀 펜)의 딸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사건을 계기로 데이브(팀 로빈스) 숀(케빈 베이컨) 등 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만난다.
영화 ‘미스틱 리버’는 지미는 피해자로, 숀은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로, 데이브는 사건의 용의자로 또 다시 얽힌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 내내 어두운 색조의 화면이 흐르면서 유년 시절의 아픈 기억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세 남자의 삶, 그들 앞에 닥쳐온 암울한 시간을 극적으로 그려낸다.
너무나 사랑했던 딸이 끔찍하게 살해당한 뒤 지미는 치솟는 분노를 가누지 못하고 복수를 다짐한다. 그는 한때 범죄 조직에 몸담았다 딸을 위해 손을 씻었으나 이번 사건은 자기 힘으로 해결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하필, 내면의 상처로 인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데이브에게 혐의가 쏠린다. 결국 서로에 대한 오해가 큰 비극으로 발전한다.
영화 속에서는 세 남자의 각기 다른 일상도 대비시킨다. 첫 아내를 잃고 재혼한 지미에겐 남편에 대한 강한 믿음과 가족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뭉친 아내가 있고, 데이브의 아내는 남편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 비극을 자초한다. 숀은 아내와 별거중이다.
깊이 있고 강렬한 화면을 연출해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솜씨도 돋보이지만, 무엇보다 세 배우의 연기가 관객들을 압도한다. 그 중에서도 숀 펜의 지극한 부정(父情), 그로 인한 슬픔과 폭발하는 분노가 가슴을 파고든다.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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