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해외여행 경비 사상 최대 규모

  • 입력 2003년 12월 3일 16시 31분


올 3·4분기(7~9월)에 한국인은 해외 여행경비로 사상 최대 규모인 30억4000만 달러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와 신용카드 연체 증가로 소비가 심각하게 위축돼 있지만 해외여행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경향이 더욱 또렷해진 것이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4분기 중 국내 거주자가 쓴 해외 여행경비는 30억 4000만 달러로 2·4분기(4~6월)의 20억5800만 달러에 비해 48%나 늘었으며 지난해 3·4분기의 24억7100만 달러에 비해서도 23% 증가한 것이다.

한은 외환심사팀의 이희원(李熙元) 차장은 "2·4분기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영향으로 위축됐던 해외여행 수요가 3·4분기로 밀린데다 여름 휴가철에 출국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여행경비 가운데 일반 여행에 쓰인 돈은 24억4000만 달러, 유학 및 연수비용으로 쓰인 돈은 6억 달러로 각각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규모를 보였다. 또 해외 여행경비가 크게 늘면서 3·4분기 여행수지는 17억6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또 3·4분기 해외여행 인원은 211만4000명으로 1·4분기(1~3월)의 188만3000명, 2·4분기의 118만4000명에 비해 크게 늘어나며 역시 사상 최대수준을 보였다. 1인당 여행경비는 1438달러로 2·4분기의 1736달러에 비해 줄었으나 1·4분기의 1292달러보다는 증가했다.

한편 3·4분기 중 해외 신용카드(직불카드 포함) 이용금액 및 사용자 수는 각각 6억6000만 달러와 116만7000명으로 2·4분기에 비해 사용금액은 27.4%, 사용자는 31.4%가 각각 증가했다. 그러나 작년 3·4분기에 비해서는 사용금액(-1.3%)과 사용자(-4.0%)가 약간 줄었다.

소비위축 속에서도 해외여행경비가 급증한 것과 관련, 삼성경제연구소 신현암(申鉉岩) 수석연구원은 "해외여행을 '사치'가 아닌 꼭 필요한 경험이자 재충전의 기회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어 소비위축과 관계없이 해외여행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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