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벌써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또 당신에게 ‘다녀올게’라는 말을 해야만 할 시기가 되었소.
어릴 때 충북 진천에 있는 초평저수지가 제일 큰 줄만 알았지. 그러나 고등학교 수학여행에서 처음 본 바다는 말 그대로 경이로움 자체였소.
그 바다에 매료돼 나는 해군이 됐고 지금도 바다와 함께 근무하고 있지 않소.
출동(해군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바다로 나가는 것)이 뭔지도 모르던 신혼 초, ‘다녀올게’ 하고 집을 떠나면 최소한 2∼3개월은 지나야 돌아오곤 하던 나.
‘하루가 일년같이 길고, 기다림에 지쳐 야속하고 미워지기까지 했다’던 당신 말이 지금도 생각나. 아이들이 아프기라도 할 때는 더욱 그랬겠지.
그렇지만 당신이 제일 싫어하는 ‘다녀올게’라는 말 속에는 당신에 대한 믿음과 바다를 그토록 좋아하는 나의 ‘삶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이해해 주면 좋겠소.
이제 또다시 바다생활을 총정리하는 구축함 함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바다로 떠나야 될 것 같아. 여보, 다녀올게.
임진홍 46·해군·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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