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온화한 품성은 자연과 문화재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일마다 전국을 돌며 찍은 사찰과 문화재 사진만 수천 장. 대웅전 서까래나 탑의 기단만 보고 건축양식을 가늠해 낼 수 있는 ‘프로’의 경지다. 그러나 그는 “아직 못 가 본 절이 더 많다”며 겸손해 했다.
그는 갑상샘(갑상선) 질환만 25년간 다뤄왔다. 갑자기 그가 자리를 고쳐 앉았다. 아무리 사소한 병이라도 냉정하게 얘기해야 한다며….
―갑상샘이 무엇이며 어떤 일을 하는가.
“갑상샘은 목젖 아래쪽에 나비 또는 방패 모양으로 펼쳐져 있는 내분비 기관이다. 어른의 엄지손가락 크기지만 안쪽에 있어 손으로 찾을 수는 없다. 여기서 분비되는 갑상샘호르몬은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해 넘치면 기능항진증에, 부족하면 기능저하증에 걸린다.”
―갑상샘암에 대해 설명해 달라.
“성인의 5∼7%가 갑상샘에 혹(종양 또는 결절)을 가지고 있다. 이 중 악성 종양을 갑상샘암이라 부르는데 5% 정도다. 갑상샘 질환은 여성이 많지만 혹이 발견됐을 때 암으로 진단될 확률은 남성이 더 높다. 매년 10만명당 4명꼴로 갑상샘암 환자가 발생한다. 갑상샘암은 암 덩어리가 너무 커서 이물감 또는 호흡곤란을 느낄 때를 빼면 대부분 증세가 없다.”
―최근 갑상샘암 환자가 늘고 있다는데….
“그렇지 않다. 초음파 등 진단기술이 좋아져 조기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 그렇게 보일 뿐이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혹이 많이 발견된다. 그러나 이로 인해 혹이 암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한 세포 조직검사 등 과잉진료의 우려가 높아 안타깝다.”
―조직검사가 불필요하다는 말인가.
“먼저 갑상샘암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혹이 모두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또 설령 혹이 암이라 해도 평생 악화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실제 한 연구 결과 천수(天壽)를 누린 뒤 사망한 사람들을 부검하자 10∼30%가 이미 갑상샘암에 걸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이 악화되지 않은 채 평생을 살았던 것이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갑상샘에서 혹이 발견됐다 해도 직경이 1cm 이하이면 별다른 조치 없이 계속 관찰할 것을 권하고 있다. 물론 조직검사도 권하지 않는다.”
―조직검사 결과 1cm 이하의 혹이 암으로 판명됐다면 수술해야 하나.
“암이 발견됐다면 당연히 수술해야 한다. 암인 줄 알고도 처치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의사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핵심은 그게 아니다. 조직검사 전에 충분히 경과를 지켜보자는 것이다. 비과학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혹이 발견됐을 때는 ‘모르는 게 약’이다. 느긋하게 기다리다 혹의 크기가 1cm를 넘어서면 조직검사를 해도 늦지 않는다.”
―그러다가 자칫 조기 치료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지 않나.
“갑상샘암은 전이 속도가 느리고 파괴력이 약하다. 따라서 갑상샘암에 대해 초기니 중기니 하는 병기(病期)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대부분의 갑상샘암은 완치율이 90% 이상이며 폐나 뼈 등 전신으로 암이 전이된 ‘말기 중 말기’인 환자라도 50%를 넘는다. 쉽게 말하면 갑상샘암은 언제든지 수술만 하면 생명에 큰 지장이 없다.”
―갑상샘암의 치료법은….
“암이 자라는 갑상샘을 먼저 제거한다. 1주일 이내에 퇴원이 가능하다. 별도의 항암치료는 필요 없다. 단 수술이 끝난 뒤에는 혹시 모를 암세포의 재발을 막기 위해 방사성동위원소인 요오드를 복용해야 한다. 또 갑상샘 호르몬 제제를 매일 1회씩 복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갑상샘 기능저하증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어떻게 뽑았나…대학병원 교수 79명이 5명씩 추천▼
갑상샘 질환 분야의 베스트닥터로는 서울대병원 내과 조보연 교수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일반외과 박정수 교수가 선정됐다.
이는 전국 17개 대학병원의 내과와 외과 교수 79명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갑상샘 질환이 있을 때 치료를 부탁하고 싶고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의사를 5명씩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조 교수는 모든 병원에서 압도적인 추천을 받아 이 연재물에서 최고의 추천 점수를 기록했다.
한편 고려대 안암병원 정광윤, 전북대병원 홍기환 교수와 원자력병원 이용식 박사 등 이비인후과 의사들을 추천한 교수도 있었지만 이들은 이 연재물의 15회에서 소개됐으므로 이번에는 소개하지 않는다.
▼갑상샘 질환 12인의 명의▼
▼복합치료법 통해 치료 성공률 높여▼
▽송영기(46)=갑상샘암 진단과 치료를 주로 한다. 갑상샘기능항진증과 기능저하증의 치료에서 방사성 요오드 치료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치료법을 통해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갑상샘암 연구에 있어 국제학회에 10여편의 연구 논문을 실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현재 아시아 태평양 갑상샘학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요오드와 갑상샘질환 연관성 연구▼
▽김경래(51)=갑상샘호르몬의 재료인 요오드가 포함된 식품과 갑상샘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또 갑상샘암의 조기발견과 조기진료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다. 2003년엔 만성 림프구성 갑상샘염에 동반된 갑상샘기능저하증 환자는 요오드 섭취만 줄여도 갑상샘기능이 호전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국내외 학회에 논문 110여편 발표▼
▽이광우(56)=갑상샘암의 원인 및 치료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국내 및 국제학회에 110여편의 논문을 발표해 연구업적을 인정받았다. 특히 방사능 요오드 치료를 포함한 갑상샘암의 치료에 관심이 많아 이 분야의 연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한중일 갑상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대한내분비학회 이사장.
▼‘설명 잘해주는 의사 베스트’ 뽑혀▼
▽정재훈(43)=갑상샘질환 중 특히 감상샘염에 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차세대 선두주자. 전임의 시절부터 이미 국내외 학회에 20여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자가 면역성 갑상샘염의 발현 양상’에 관한 연구와 치료를 꾸준히 하고 있다. 평소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정확하고 상세한 설명을 해 병원에서 ‘설명 잘해주는 의사 베스트’로 뽑히기도 했다.
▼美 국립보건원 연구원 수차례 강연▼
▽궁성수(48)=갑상샘암을 비롯한 갑상샘 결절 질환 치료의 권위자. 미국 국립보건원 임상센터 연구원으로 수차례 강연을 했고 국내와 국제학회에서 90여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해 연구 업적을 인정받았다. 특히 갑상선암 치료와 질환분야에 활발한 연구와 임상경험이 갖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갑상샘학회에서 활동하고 있고 대전충청내분비학 회장.
▼美 갑상샘학회 우수 논문 수상▼
▽송민호(42)=갑상샘질환 중 암 분야 연구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갑상샘암이 유발되는 원리와 갑상샘의 기능을 조절하는 원리 등에 대한 연구로 미국 갑상샘학회로부터 우수 논문상을 수상하였으며 분자내분비학 등 권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또 이를 기반으로 신약 및 치료법을 개발 중이다.
▼그레이브스병 유전적 원인 규명▼
▽김원배(41)=갑상샘기능항진증과 자가 면역성 갑상샘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서 손꼽히는 권위자. 미국 갑상샘학회 등 국제학회에서 여러 차례 초청강연을 할 정도로 활발한 연구와 임상 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갑상샘기능항진증의 일종인 그레이브스병이 다양한 유전적 원인으로 생기며 이는 치료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부분마취 통해 흉터-통증 감소시켜▼
▽박정수(60)=국내 갑상샘 종양의 치료 전문가. 특히 80년 초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와 슬론 캐더링 암센터 등에서 두경부외과학을 연수한 뒤 국내에서 두경부외과와 내분비외과에 많은 임상연구 실적을 쌓았다. 갑상샘암 수술에서 부분마취와 3cm의 최소 절개술을 통해 흉터와 통증을 크게 줄였다. 최근 대한외과학회 차기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갑상샘암 수술 세계적 권위 인정▼
▽홍석준(52)=내년 3월까지 수술 일정이 빼곡히 잡혀 있을 정도로 갑상샘 외과 의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술 경력을 가지고 있다. 또 1차 수술에 실패해 암조직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환자나 재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술을 많이 한다. 수술 완치율이 높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갑상샘암 수술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응급의학-외상학서도 전문가 활동▼
▽윤여규(54)=갑상샘 악성 및 양성종양 수술 치료의 전문가. 매년 400건이 넘는 갑상선암 수술을 하고 있다. 갑상샘암의 진단 및 치료와 발생 원인에 관한 실험 논문을 다수 발표했고 유명 외국학술지에 20여편의 논문이 실렸다. 갑상샘 양성종양은 내시경을 이용한 절제술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응급의학, 외상학 등에서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내시경적 절제술 환자 통증 줄여▼
▽양정현(54)=손꼽히는 갑상샘암 및 유방암 수술 전문가. 2002년부터 미세침습수술로 내시경적 갑상샘 절제술을 도입해 환자의 통증과 불편을 크게 줄였다. 또 크기가 작은 갑상샘암 수술에서도 기존에 6∼8cm 피부를 절개하던 것을 목 부위에 2∼3cm 절개해 흉터를 작게 했다. 현재 대한내분비외과학회장으로 활동 중.
▼희귀 내분비질환 치료 뛰어난 성과▼
▽오승근(57)=갑상샘 질환 및 부신종양 등 내분비 질환 수술의 전문가. 특히 부갑상샘질환 및 부신질환 등 희귀 내분비질환의 외과적 치료에서 뛰어난 성적과 다양한 임상경험을 가지고 있다. 8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연수했으며 96년부터 3년간 서울대병원 외과 과장을 역임했고 같은 기간 대한내분비외과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갑상샘 질환 전국의 명의 | |||||||||
과 | 이름 | 소속 | 세부전공 | ||||||
내과 | 조보연 | 서울대 | 갑상샘 질환 | ||||||
송영기 | 울산대 서울아산 | 갑상샘 질환 | |||||||
김경래 | 연세대 영동세브란스 | 갑상샘 종양, 당뇨병 | |||||||
이광우 | 가톨릭대 성모 | 갑상샘 질환 | |||||||
정재훈 | 성균관대 삼성서울 | 갑상샘 질환 | |||||||
궁성수 | 충북대 | 갑상샘 질환 | |||||||
송민호 | 충남대 | 갑상샘 질환 | |||||||
김원배 | 울산대 서울아산 | 갑상샘 질환 | |||||||
박도준 | 분당서울대 | 갑상샘 질환 | |||||||
김광원 | 성균관대 삼성서울 | 당뇨병, 갑상샘 질환 | |||||||
박용수 | 한양대 | 내분비 질환 | |||||||
백세현 | 고려대 구로 | 당뇨병, 갑상샘 질환 | |||||||
최동섭 | 고려대 안암 | 당뇨병, 갑상샘 질환 | |||||||
임승길 | 연세대 세브란스 | 골다공증, 갑상샘 질환 | |||||||
유재명 | 한림대 강남성심 | 당뇨병, 갑상샘 질환 | |||||||
임성희 | 한림대 한강성심 | 당뇨병, 갑상샘 질환 | |||||||
유명희 | 순천향대 | 내분비 질환 | |||||||
김진우 | 경희대 | 갑상샘 질환, 당뇨병, 골다공증 | |||||||
전재석 | 을지대 을지 | 내분비 질환 | |||||||
오승준 | 경희대 | 갑상샘 질환, 당뇨병 합병증 | |||||||
이형우 | 영남대 | 내분비 질환 | |||||||
이인규 | 계명대 동산 | 내분비 질환 | |||||||
외과 | 박정수 | 연세대 세브란스 | 두경부, 갑상샘 수술 | ||||||
홍석준 | 울산대 서울아산 | 내분비 외과 | |||||||
윤여규 | 서울대 | 내분비 외과 | |||||||
양정현 | 성균관대 삼성서울 | 내분비 외과 | |||||||
오승근 | 서울대 | 내분비 외과 | |||||||
소의영 | 아주대 | 갑상샘 수술 | |||||||
김정수 | 가톨릭대 의정부성모 | 내분비 외과 | |||||||
남석진 | 성균관대 삼성서울 | 내분비 외과 | |||||||
고석환 | 경희대 | 갑상샘, 유방, 부신, 목 | |||||||
정파종 | 정파종외과 | 내분비 외과 | |||||||
이영하 | 경북대 | 내분비 외과 | |||||||
정봉화 | 한림대 강남성심 | 갑상샘, 내분비 종양 | |||||||
강성준 | 연세대 원주기독 | 내분비 외과 | |||||||
이재복 | 고려대 구로 | 내분비 외과 | |||||||
한세환 | 인제대 상계백 | 내분비 외과 | |||||||
윤정한 | 전남대 | 내분비 외과 | |||||||
문병인 | 이화여대 목동 | 내분비 외과 | |||||||
김승남 | 가톨릭대 강남성모 | 내분비 외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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