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피플]전국 간이식인협회 이상준 회장

“말기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몇 개월밖에 살지 못 해 간이식을 받으려는 수술대기자는 3만 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연간 간이식 건수는 300여건에 불과합니다.”

전국간이식인협회 이상준 회장(53·사진)은 1992년 말기 간경변증으로 진단받은 뒤 간이식을 막 시작한 서울아산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당시 전국에서 총 7명이 간이식을 받았지만 현재 이 회장만 유일하게 생존해 있다. 간이식 환자들 중 12년이라는 최장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순수 비영리 민간단체인 전국간이식인협회는 간이식 수술을 받아 생명을 되찾은 15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만든 모임으로 2001년 12월 발족했다. 협회는 8일 오후 1시 서울아산병원 6층 대강당에서 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장기기증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이 회장은 “현재 국내 장기이식에 관한 모든 행정을 맡고 있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가 2000년 발족했지만 장기기증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환자나 가족들이 기증을 꺼린다”며 “뇌사자의 장기 기증은 1999년 162건이 지난해 36건, 올해 8월엔 43건으로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이식 관리업무가 국가기관으로 일원화되면서 병원에서 자발적으로 장기기증자 발굴노력을 덜 하게 된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법적인 장기매매나 외국에서 간 이식을 받으려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으로 떠나는 환자 중엔 이동하면서 탈진해 사망하거나 그곳에서도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미국의 경우 5억∼12억원, 중국은 6000만∼7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더구나 간이식 뒤 평생 먹어야 되는 약인 면역억제제와 평생 맞아야 되는 간염예방항체주사제의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이 회장은 “외국처럼 장기기증을 원하는 사람은 각종 신분증에 ‘기증자’ 표시를 하는 등 장기기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또 병원에서 자발적으로 장기기증자를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과 함께 기증자나 보호자에게 적절한 보상도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