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어리석은 일이냐
사랑하는 마음 없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비참한 일이냐.
열 개의 알을 남기기 위해 스무 날을 살다 간
애호랑나비를 보라
열 개의 알을 남기고 달빛으로 쓰러져 간
한 마리 애호랑나비를 보라
스무 날의 삶도 감사하다 하여
마지막 가는 길에는 물까마귀의 밥이 되는
애호랑나비를 보라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애호랑나비의
애벌레 시절을 동지섣달 내 거두어 준
족두리풀을 또 보라
애호랑나비의 삶은 그렇다.
새봄을 꿈꾸며 일 년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새봄을 꿈꾸며 열 개의 알을 남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요히 달빛으로 젖어드는 것이었다
-시집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시와 시학사)중에서
겨울바람에 서걱거리는 마른 풀잎들, 생명의 핏기 가시자 미처 스러지지 못한 주검인 줄로만 알았네. 마른 족두리풀 잎사귀에 나란히 붙어 앉은 애호랑나비 알들아, 동그랗게 눈뜬 채 북풍을 견디고 있었구나. 비바람, 눈보라 살을 엘수록 제 안에 돋아날 날개를 믿고 있었구나. 너른 창공과 꽃잎을 믿고 있었구나. 삶이 아무리 고단해도 나를 살린 게 내 안의 온기였구나. 물까마귀 밥이 된 어미처럼, 생을 긍정하지만 욕심 없이 살리라. 날개를 얻었으면 마침내 날개를 벗고 달빛이 되리라.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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