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이혜숙 교수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수상

  • 입력 2003년 12월 8일 18시 41분


“저처럼 180여쌍이나 인연을 맺어준 중매쟁이는 없을 거예요.”

8일 제3회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화여대 수학과 이혜숙(李惠淑·55) 교수는 2001년부터 이공계의 길을 가려는 중고교 여학생과 현장의 여성과학자 180여쌍을 온라인에서 맺어줬다. 이 교수의 수상 업적은 여성과학기술인을 효과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와이즈(WISE)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

이 교수는 1980년 이화여대에 부임한 이후 여성 인력이 이공계에 진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2000년 와이즈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본격적으로 이공계 여성 인력의 중매쟁이로 나섰다. 하지만 “진짜 중매는 아직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이 교수는 대여섯명의 동네 어머니들을 맺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른바 ‘품앗이 과학실험’. 대표 어머니 한 명이 과학실험을 배우고 동네에 돌아가 다른 어머니들에게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다. 어머니를 통해 자녀들도 과학을 재미있게 접하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교수는 “프로그램 개발 초기에는 왜 여성들만 대상으로 하느냐는 반발도 있었다”며 “과학기술 분야에 여성이 30∼40%를 차지해 특별한 지원프로그램이 필요 없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은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이영숙(李永叔·48) 교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미선(金美扇·48) 박사에게 돌아갔다.

이영숙 교수는 유전공학적 기술을 통해 중금속을 흡수하는 환경정화용 식물을 개발해 유럽과 미국으로부터 주목을 받았으며, 김 박사는 미생물과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식품제조공정 폐수, 음식 폐기물 등으로부터 수소 에너지를 생산하는 동시에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재단과 동아사이언스가 주관하고 과학기술부와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이 상은 여성 과학기술자의 사기를 높이고 여성의 이공계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2001년 마련됐다.

시상식은 9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다.

이충환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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