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조이영/최명희 5주기…해마다 더해가는 '혼불사랑'

  • 입력 2003년 12월 11일 18시 29분


10일 열린 최명희 추모행사 ‘혼불의 밤’에서 ‘혼불’을 출간한 한길사 김언호 대표, 강원용 목사, 서지문 교수(왼쪽부터)가 작품 완성에 혼신의 힘을 다했던 작가 최씨의 창작열을 회고했다. -사진제공 혼불사랑
10일 열린 최명희 추모행사 ‘혼불의 밤’에서 ‘혼불’을 출간한 한길사 김언호 대표, 강원용 목사, 서지문 교수(왼쪽부터)가 작품 완성에 혼신의 힘을 다했던 작가 최씨의 창작열을 회고했다. -사진제공 혼불사랑
1930년대 전북 남원의 몰락하는 양반집 며느리 3대의 인생역정을 통해 한국인의 혼과 풍속사를 섬세하게 그려낸 대하소설 ‘혼불’(전 10권). 11일은 ‘혼불’의 작가 최명희씨(1947∼1998)의 5주기였다.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언어를 새기듯이”(90년 ‘혼불’ 초판 중 ‘작가의 말’) 17년간 오로지 ‘혼불’ 집필에만 몰두했던 작가 최씨는 소설 완간 2년 뒤 암으로 타계했다.

10일 경기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한길 아트스페이스’에서는 추모행사 ‘혼불의 밤’이 열렸다. 1997년 결성된 ‘작가 최명희와 혼불을 사랑하는 사람들’(대표 강원용 목사·평화포럼 이사장), 인터넷 카페 ‘혼불 사랑’(cafe.daum.net/honbullove)의 회원과 유족 등 50여명이 참석해 작가를 기렸다.

이날 행사는 문학평론가 장일구씨(35)가 펴낸 ‘혼불’ 소설어사전인 ‘혼불의 언어’ 출판기념회를 겸한 자리이기도 했다.

“‘혼불’은 우리말의 보고(寶庫)로 일컬어집니다. 쓰라리고 독한 슬픔을 뜻하는 ‘가슴애피’ 등 빼어난 우리말이 ‘혼불’에 가득 담겨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어요.”

93년 작가를 처음 만났다는 영문학자 서지문 고려대 교수(55)는 “예전에는 ‘혼불’을 읽으며 영어로 번역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며 은퇴하면 제1부만이라도 번역해 세계 곳곳에 ‘혼불’의 불을 붙이겠다고 다짐했다.

“명희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죽음을 준비하라는 얘기를 하려다가 차마 못했습니다. 그랬더라면 꼭 남기고 싶은 글을 썼을 거란 생각에 아쉽기도 했었는데, 5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연구가 이어지는 걸 보니 후회되지는 않습니다. 명희는 참 행복하겠어요.”(강 목사)

11일에는 혼불기념사업회(운영위원장 두재균)가 주최하는 제3회 ‘혼불문학제’가 전북대에서 열렸다. 이 문학제에서는 ‘혼불’의 정신을 잇는 젊은 창작자와 연구자를 ‘최명희 청년문학상’ ‘혼불학술상’으로 격려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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