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이면 학교 공부만으로도 수능 준비가 가능해지려나 싶은데, 얼마 전 주위에서 들은 얘기가 중1인 큰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체벌을 한다는 것이다. 한번도 아이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어 물어보았다.
“너도 맞은 적 있니?”
이미 ‘머리가 커진’ 아이는 엄마가 그런 사실을 아는 게 자존심 상한지 동문서답을 했다.
“윗반 애들은 더 맞아.”
아이 말로는 손바닥을 몇 대 맞는 식으로, 물론 맞아서 멍들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어쨌든 학교도 아니고 학원에서 체벌을? 어떤 애들은 학교에서도 체벌을 하면 112에 신고한다는 세상인데, 간도 크지. 애들 다 그만두면 어떡하려고?
그런데 이 ‘간 큰’ 학원에서 체벌 때문에 그만둔 아이들은 별로 없다. 싫으면 당장 그만두면 되는 학원에서 체벌을 하고도 학생들이 북적거리는 데에는 분명 무언가 있었다.
학교에서의 체벌은 흔히 말썽 피우는 녀석들에게 행해진다. 솔직히 집에서도 애들이 말썽을 피울 때 야단을 치다보면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가고 싶어지고, 한 대 때리려다 두 대 때리게 된다. 학교 체벌 역시 그런 우려가 없지 않다.
반면 이 학원의 체벌은 ‘달리는 말 채찍질하기’ 식이다. 이 학원은 7단계로 수준별 반 편성을 하는데, 공통적으로 지각을 하거나 숙제를 안 해오면 벌을 주지만 상위반으로 올라갈수록 ‘채찍질’의 의미로 시험을 조금만 못 보아도 벌을 주는 정도가 엄격해진다는 것이다.
잘하는 녀석들 더 잘하라고 하는데, 벌주는 사람이 화가 날 리도 없다. 더구나 학교도 아닌 학원에서 벌을 줄 때 체벌자의 감정이 실리면 아이가 당장 그만두는 것은 물론이고 더 심각한 사태로 갈 수 있기에 벌 주는 사람이 이성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학원은 아이들 사이에 ‘OO학원’이란 이름대신 ‘OO교도소’로 불릴 정도로 악명 높지만 공부시키는 열성만큼은 아이들도 인정을 하기 때문에 그만두겠다는 녀석이 거의 없는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시킨다는데, 엄마들 입장에서도 크게 싫다 할 사람 없다.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특목고 입시와 대입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 수강생 감소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가르치는 모습이 한편으론 고맙기까지 하다.
이러다 보니 어느 새 학교에서 체벌을 했다하면 ‘인내심 적은 선생님’, 학원에서 체벌을 하면 ‘가르치는데 열성인 선생님’으로 생각할 정도에 이르렀다. 어느 선생님인들 아이들이 배울 점이 없을까마는, 같은 체벌이라도 받아들여지는 게 이렇게 다른 요즘이다.
박경아 서울 강동구 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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