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앵글 소리 울려온다, 아니
풀 이슬 송송한 피아노 가락이다
위층일까 아래층일까
빗물이나 청소 물 흘러가던 수직의 길목
새파란 미나리잎 같은 음표들 쏟아진다
누굴까 누구의 메아리일까
창가로 담방담방 하늘이 떨어진다
옛집 문고리처럼 달강이는 낮달
문득, 내가 버렸던 젖니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시집 '당신의 옹이에 옷을 건다'(시와 시학사)중에서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명주실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나온 눈물 한 방울, 젖니 한 개 던져 올리던 지붕이 없어졌다. 삭은 초가지붕 속에 굼틀거리던 매미 유충, 굼벵이도 사라진 지 오래. 괭이갈매기처럼 아파트 수직 절벽에 둥지를 튼 사람들 날아든다. 사람 위에 사람 살고 사람 밑에 사람 살지만 ‘누굴까 누구의 메아리일까’ 궁금증이 이는 것도 잠시. 추석명절 지나 동지팥죽 쑤어도 송편 하나 새알심 하나 나누지 않은 채 모두들 안녕하다.
더러 아래 위를 오가는 것은 홈통으로 쏟아지는 빗물소리, 개숫물 소리, 피아노 소리뿐. 시끄럽다 항의 않고 미나리잎 건져내는 모습이 뜻밖이다. 홈통 속 저 소리 말고, 몸의 온기와 따스한 눈빛이 오가는 소통은 언제쯤 찾아올까.
하늘나라마저 이웃간 왕래가 없어진 걸까? 낮달 문고리조차 삭아 달강거린다.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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