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들을 만든 주인공은 미국인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1898∼1976·사진). 그는 움직이는 조각을 뜻하는 ‘모빌(Mobile)’의 창시자다. ‘모빌’은 1931년 그의 스튜디오를 방문한 현대미술의 대표적 작가 마르셀 듀샹이 붙여준 이름이다.
칼더가 ‘모빌’을 통해 현대미술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 엄숙주의가 풍미하는 미술계에 ‘미술도 이렇게 가볍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전위적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칼더는 1952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최우수상을, 1958년 피츠버그에서 열린 카네기국제전에서 1등상을 수상하는 등 움직이는 미술을 주류미술로 당당히 끌어올렸다.
●"미술도 재미있어야 한다" 전위적 실험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유머와 재치로 인해 얼핏 보면 쉽게 만들어진 작품 같지만 자세히 보면 하나하나 중력과 움직임에 대한 작가의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공학도였던 칼더는 스물다섯 살 나이에 그림을 시작한 뒤 기계공학과 물리학 지식을 자신의 작품에 적용시켰다.
2층 전시장에 설치된 ‘Untitled‘(1938년 작)는 아래쪽으로 길게 늘어진 줄에 의지한 왼쪽의 원형 철 조각이 좌우 균형의 지지대 역할을 하면서 오른쪽에 있는 10여개의 조각들과 수평을 이룬다. 이 작품에 매달린 구멍 뚫린 삼각형, 새 부리 모양의 파편 등 다양한 금속조각들의 모양도 재미있다.
나무, 칫솔 손잡이, 소뼈 조각들을 작고 얇게 잘라 줄로 이은 작품(‘Untitled’·1939년 작)은 바람이 어떤 방향에서 불든 전혀 흐트러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한다. 작가가 작품을 만들 때 저토록 가벼운 조각의 무게를 어떻게 다 계산에 넣었는지 찬탄이 절로 나온다.
●1930년대 이후 주요작품 30여점 선봬
칼더는 본래 조각이 아니라 뉴욕의 미술학교인 아트스튜던트 리그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1930년대 뉴욕에서 파리로 건너간 그는 당시 유행했던 초현실주의와 기하학적 추상에 관심을 가지면서 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에 매료된다. 색을 삼원색과 흑백으로 제한하면서 기하학적 형태의 상호균형을 추구하는 몬드리안의 화면에서 힌트를 얻어 과학과 테크놀로지를 예술과 접목시킨 것. 그는 ‘몬드리안 작품을 움직이게 만들고 싶다’는 꿈대로 ‘움직이는 회화’를 선보이기에 이른다.
초기 모빌 작품에는 모터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칼더는 차츰 기계에 의한 움직임이 아닌, 공기에 의한 자연스럽고 우연한 움직임에 주목한다. 결국 그는 자연과 인간을 염두에 둔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모빌 작품을 만들어 냈다.
국내에서는 1993년 경주 선재미술관에서 ‘칼더의 축제’전이 열린 바 있다. 당시 전시회는 미국 휘트니미술관의 기획전으로 모빌보다 드로잉이나 철사조각품 등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칼더 회고전’답게 이번 전시회에는 칼더가 가장 창의적 작품을 내 놓았던 시기인 1930년대부터 40년대까지의 주요 모빌 작품들을 포함해 50년대 이후의 작품까지 30여점이 나온다. 칼더 재단의 디렉터이자 손자인 알렉산더 로웨가 대표작들을 직접 가지고 방한했다. 내년 2월7일까지. 02-735-8449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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