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유윤종/음악감독 해임…서울시향의 불협화음

서울시교향악단의 상급기관인 세종문화회관이 곽승 서울시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62)을 해임해 파장이 일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측은 18일 “상근일수 불이행 등의 사유로 15일자로 곽씨에게 위촉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세종문화회관이 밝힌 해임근거는 ‘1년간 180일 이상 서울시교향악단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상임지휘자 상근계약 제1조. 그러나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향의 일부 관계자들은 “김신환 세종문화회관 사장과 곽승 감독의 해묵은 갈등이 마침내 비정상적 형태로 표출된 것”이라고 쑥덕대고 있다.

곽씨는 이종덕 세종문화회관 사장 재직시절인 2002년 1월 서울시향의 음악고문으로 부임했고, 올해부터는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2002년 10월 김신환 사장이 취임하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선거당시 공약으로 내세운 ‘서울시향 세계 일류 육성’ 과제를 회관측이 추진하는 과정에서 곽씨를 소외시켰기 때문.

서울시향은 2002년 말 헝가리 출신 지휘자인 죄르지 라트를 트레이닝(연습) 지휘자로 초청해 집중연습을 했다. 올 4월에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로린 마젤(72)을 특별 초청해 연주회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곽씨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세종문화회관 경영진과 곽씨 사이에 여러 번 의견충돌이 빚어졌고, 최근에는 시향 단원들마저 ‘친김파’ ‘친곽파’로 나뉘어 갈등이 불거졌다.

곽씨는 “부산시향 수석지휘자를 겸한 데다 잦은 해외 연주활동을 펼쳐왔기에 계약 당시부터 ‘180일 상근 일수’ 규정은 형식적으로만 포함시킨 것”이라며 “상근일수 불이행은 해임을 위한 구실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세종문화회관측은 “올 상반기부터 세 차례나 상근일수 이행을 촉구하는 공문을 곽씨에게 발송했다”며 “곽씨가 규정을 위배한 이상 해촉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