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개미’의 작가 베르베르의 신작 단편집. 데뷔작인 ‘개미’에서 시선이 미치지 않는 미소(微小)한 곳에도 독립된 우주가 있음을 드러낸 작가가, 이 책에선 반대로 인간세계 자체가 한없이 작을 수 있다는 점을 보임으로써 ‘개미’의 상상력을 반대로 뒤집는다.
20편의 단편들 대부분에서 인간은 훨씬 거대하거나 우월한 존재의 관찰 대상이나 놀림감이 된다. 거대한 존재들에 의해 ‘애완용 동물’로서 습성과 특징이 기록되기도 하고, 인간 문명 또한 어린 신(神)들이 ‘창조’ 과목의 실습과정에서 빚어낸 오류투성이의 과제물로 묘사된다. 외부 거대한 존재의 시선으로 본 인간은 ‘서로 싸우고 죽이기 좋아하는 존재’이며 구애 행동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지갑을 부풀리는 것’이다.
이와 같은 SF적 상상력을 통해 작가는 인간존재와 의식 및 문명의 미숙함을 효과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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