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갈구하는 ‘이브’는 여러 명의 ‘아담’을 차례로 만난다. 그에게 순결을 강요한 아담, 그의 육체를 탐한 아담, 그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맛보려는 아담, 사랑과 소유를 구분하지 못하는 아담…. 이브는 사랑에 실패할 때마다 성형수술을 통해 변화를 찾고, 현실에서의 탈출을 시도한다.
이 연극은 이브가 각각의 아담과 겪은 에피소드를 시간 순서대로 나열한다.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이는 구성이지만 연출가 박장열은 다양한 연극적 장치를 섞어 현대 사회의 ‘다중 인격’을 표현해낸다. 연극 곳곳에 그런 고심의 흔적이 넘쳐난다. ‘오늘의 보통 여자’로 추정되는 ‘이브’의 모습을 보며 관객은 자신을 대입시킬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연극적 장치가 설득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담의 성격을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되는 담배가 그렇다. 아무런 설명 없이 아담이 꺼내드는 ‘박하향 담배’와 ‘긴 담배’ 사이의 차이점을 발견하기 위해선 관객의 몰입이 요구되지만, 작품 안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담긴 탓에 종종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지은, 안태랑, 고관재, 남동진씨 등 출연. 28일까지 대학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 1만2000∼2만원. 02-384-4161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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