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안에 대해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거세게 반발하자 그는 ‘지방세 전도사’를 자청, 연일 라디오와 TV에 출연해 개편안의 취지를 설명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수십년간 면적에 따라 세금을 매기다 보니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른 서울, 특히 강남과 다른 지역간의 세금 격차가 너무 커졌어요. 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민원이 얼마나 많은지 상상도 못할 겁니다. 내년부터 강남지역 재산세가 많이 오르지만 재산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실효세율은 아직도 지방에 비해 낮습니다.”
그는 또 서울시가 내년도 재산세 인상분이 정부 발표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 “정부는 일정상 지난봄에 발표된 국세청 기준시가로 계산할 수밖에 없었지만 서울시는 12월 초 인상된 기준시가로 산정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세제관은 근 30년간 지방세라는 한우물만 파 온 외골수로 직원들 사이에선 ‘살아 있는 지방세 사전(辭典)’으로 불린다. 대한민국의 지방세 정책은 그의 손에서 시작해 그의 손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는 고졸 9급 출신으로 국장직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기도 하다. 68년 경북 영주종고를 졸업하고 같은 해 서울시 9급 공채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77년 행자부의 전신인 내무부로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지방세 업무를 맡았다.
“지방세는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여서 한번 몸담으면 끝까지 한 길을 갈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 내무부는 이런저런 자리를 거쳐야 출세도 하는 곳인데, 그냥 운명이라고 생각했죠.”
89년 노태우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내놓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종합토지세 역시 그가 시군세과 행정주사로 있을 때 고안한 작품이다.
그는 세제업무를 정치적 이해와 사회정의, 국민여론, 타 부처와의 관계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종합예술’이라고 표현한다. 현실과 이론, 머리와 경험, 상상과 노하우가 부단하게 상호작용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런 그는 성실한 일처리와 인화로 지난해와 올해 연속 행자부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선정한 ‘베스트 간부’에 오르기도 했다. “최고전문가임에도 결코 자신을 내세우는 법이 없고 토론과 대화를 즐기는 합리적 스타일”이라는 게 동료들의 평가다.
81년에는 늦깎이로 방송통신대 농학과에 입학해 5년 만에 기어코 학사모를 썼다.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을 못 간 한(恨)도 있었지만 끊임없이 배우고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고 한다.
그의 부인은 이번 재산세 개편안에 반대했다고 한다. 재산세를 한꺼번에 많이 올리면 가계(家計)를 운영하는 주부의 입장에선 적잖은 부담이 된다고 말하더라는 것.
김 세제관은 “27년을 함께 살았지만 집사람은 언제나 ‘야당’”이라며 껄껄 웃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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