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관고 국제반 1학년인 남학생이 여름방학 기간 3주를 이용해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다. 공부에 치여 사는 ‘보통의’ 학생들에게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행은? 아빠와 단 둘. ‘앗 썰렁!’ 소리가 나와도 할 수 없다.
두 사람의 여행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장(章)마다 아빠와 아들로 1인칭 화자가 바뀐다. 영어 실력이 뛰어난데도 외국 친구들과의 교류에는 유난히 소심한 모습을 보이는 아들이 아버지에겐 종종 딱해 보인다. 초고속 인터넷 세대인 아들은 매사에 태평인 아빠가 때로 갑갑하다. 그래도 책 말미에는 약간은 쑥스러운 듯한, 아들의 고백이 담긴다.
“이번 여행을 통해 무엇을 배웠느냐고 묻는다면 딱 집어 대답할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하게 느낀 것은 있다. 아버지의 사랑과 믿음.”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