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팔선(38세가 직장생활의 한계선)’ ‘사오정(45세면 정년)’ ‘오륙도(56세까지 퇴직 안 하면 도둑)’가 유행어로 등장한 시대. 바쁜 일상을 쪼개 자기발전을 위해 투자하기를 권하는 신간들이 붐을 이루고 있다. 문제는 어느 시간을 택하는가이다. 최근의 ‘시(時)테크’ 서적들이 권하는 황금의 자기투자 시간은 언제일까.
최근의 시테크 붐에 불을 붙인 책은 사이쇼 히로시의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한스미디어). 10월 초 출간된 뒤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 1, 2위를 다투며 20여만부가 팔린 이 책은 ‘오전 5시에 일어나 6시부터 활동할 것’을 권한다.
인간은 체온이 떨어져야 숙면을 취할 수 있으며, 오후 11시∼오전 4시에 최저가 되는 인간의 체온 리듬상 이 시간에 잠을 자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 오전 6∼8시에 인간의 집중력과 판단력은 낮 시간의 3배가 된다는 진단도 덧붙여진다.
이 책이 ‘일찍 일어나기’의 원론서라면, 11월에 출간된 같은 저자의 책 두 권은 원론에 대한 ‘성공사례 보고’ 격. ‘아침형 인간 성공기’(21세기북스)는 ‘술자리를 좋아하던 변호사’ ‘농부로 변신해 아침을 만끽하는 전직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여섯 사람의 아침형 인간 변신 성공을 소개한다. ‘한국의 아침형 인간’으로 불리는 공병호 박사가 소개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15가지 제언’도 싣고 있다. ‘아침형 인간의 비밀’(아카데미북)도 스시의 달인, 잉크 제조회사 대표이사, 구청장 등 성공한 ‘아침인(人)’들의 생활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아침형’ 시리즈 중 사이쇼 외의 필자가 쓴 책으로는 다카이 노부오의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라’(명진출판사)가 있다. 아침에 편지를 쓰거나 업무계획을 세우는 법, 출근 시간을 사무용 시간으로 이용하는 법 등 아침시간 활용의 실용적 노하우를 담고 있다.
에다히로 준코의 ‘새벽 2시에 일어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북@북스)는 ‘아침형’ 노하우를 극한까지 밀어붙인 시간대를 제시한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동시통역사로서 세계를 상대로 업무를 진행하는 저자의 경험이 녹아 있다.
잠이 많은 아이들과 함께 오후 8시에 잠들어 오전 2시에 일어나면 미주 유럽의 사람들과 e메일을 주고받기도 편하다. 외국에 가서도 시차 때문에 고생하지 않는다. 한없이 늘어지기 쉬운 ‘자기 전 업무’와 달리 출근 전까지는 일을 마쳐야 하므로 일의 밀도도 유지된다.
니시무라 아키라의 ‘퇴근 후 3시간’(해바라기)은 제목과 달리 특정 시간대를 강조하기보다 직장인의 자기계발을 강조하는 인생개조 지침서. ‘피곤할 때는 자고 아침시간대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는 점에서 앞에 소개한 책의 시간대와 의견이 상반되지는 않는다. ‘15분 단위 행동 스케줄 표’ 작성기법 등 상세한 실천 지침들이 담겼다.
이 책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일본 저자들이 쓴 책이라는 점. ‘인생을 두 배로 사는…’을 출간한 한스미디어의 김기옥 대표는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이후 장기불황과 실업률 증가를 한국보다 앞서 체험했고, 이에 따른 직장인들의 자기계발 노력과 경험이 최근 한국의 직장인들에게 모델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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