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가득 채운 젊은 배우들의 역동적 춤과 노래는 객석까지 들뜨게 만든다. 이 뮤지컬의 힘은 특출한 재능을 가진 소수의 스타가 아니라, 화려한 군무를 선보이는 배우들에게서 뿜어져 나온다. 세련된 동작으로 호흡을 맞춘 배우들의 춤에선 만만치 않은 연습량이 엿보인다.
‘페임’은 1980년대 뉴욕 예술학교 ‘라 구아디아’를 배경으로 스타를 꿈꾸는 고등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다룬 뮤지컬. 이성 친구와의 사랑과 이별, 선생님과의 갈등과 화해, 스스로의 재능에 대한 회의 등 꿈과 명성을 좇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용, 연극, 음악 등 학생들의 다양한 전공만큼이나 등장인물의 개성도 각기 다르다.
이 작품은 애써 줄거리에 초점을 맞추거나,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부각시키려 하지 않는다. 에피소드를 엮어가는 연결 고리는 관객의 상상에 맡기고, 등장인물의 비중도 고르게 분산시켰다. 이런 구조 때문에 전반부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진다. 극의 흐름을 좇아 관객들이 빠져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뮤지컬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한다. 반항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린 마음을 가진 타이론, 성급하게 꿈을 좇는 카르멘, 얌전하지만 열정을 감추고 있는 닉, 약방의 감초 같은 조 등 배역 각각의 개성을 최대한 끌어냈기 때문.
대사가 많지 않은 앙상블 배우들까지 뚜렷한 개성으로 극에 활력을 넣어준다. 몇몇 배우들은 연기력이 부족해 보이지만 캐릭터 자체가 과장되게 설정돼 이를 감춰준다.
윤호진 연출. 종연 날짜를 정하지 않은 ‘오픈 런’ 공연이다. 올림픽공원 내 빅탑씨어터. 화∼일요일 오후 8시. 3만∼5만원. 02-417-6272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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