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59>螳 螂 拒 轍(당랑거철)

  • 입력 2003년 12월 28일 17시 40분


螳 螂 拒 轍(당랑거철)

螳-사마귀 당 螂-사마귀 랑 轍-수레바퀴 철

喩-깨우칠 유 微-작을 미 斧-도끼 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제 힘은 料量(요량)하지 않고 無謀(무모)하게 행동하는 것을 比喩(비유)한 말이다.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螳螂은 우리말로 ‘사마귀’, 또는 ‘오줌싸개’다. 생김새가 메뚜기와 비슷하나 좀 더 길고, 톱날 같이 생긴 기다란 두 다리로 메뚜기나 여타 곤충 따위를 잡아먹는다. 먹이가 있으면 슬슬 기어가 두 다리를 뻗은 채 한참 동안 응시하고 있다가 순식간에 덮쳐 잡는다.

春秋時代(춘추시대) 때의 이야기다. 한번은 齊(제)의 莊公(장공)이 사냥을 나갔는데 사마귀 한 마리가 두 앞다리를 번쩍 들고는 수레바퀴를 막는 것이 아닌가. 莊公은 우습기도 하고 기이하기도 하여 주위 신하에게 물었다.

“이 놈은 도대체 무슨 벌레이기에 이다지도 당돌한가?”

“예. 그것은 사마귀란 놈인데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알지 물러 설 줄은 모르지요. 또 제 힘은 요량하지 못하고 무조건 대드는 놈이기도 합니다.”

그러자 莊公은 “그래? 그 참 묘한 놈이로구나. 일개 微物(미물)이…. 만약 이 놈이 군사였다면 천하에 둘도 없는 勇士(용사)가 될 텐데…”라면서 수레를 뒤로 물려 일부러 사마귀를 피해갔다고 한다.

비슷한 이야기가 莊子(장자)에도 나온다. 蔣閭면(장려면)이란 사람이 季徹(계철)을 만나 말했다.

“글쎄 말이야, 魯(노)나라 왕이 나에게 가르침을 부탁하지 않았겠나. 사양할 수가 없어 몇 마디 해 주었지. 정치를 恭敬(공경)과 節儉(절검)의 자세로 하고 忠直(충직)한 인재를 뽑아 치우침 없이 대한다면 만백성이 좋아하게 될 거라고 말이네.”

그러자 季徹은 비웃기라도 하듯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당신의 말은 왕의 德業(덕업)에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네. 마치 螳螂이 수레바퀴를 對敵(대적)하듯이 말이야.”

여기에서 螳螂拒轍은 ‘螳螂이 수레바퀴를 막는다’는 뜻으로 제 힘은 모르고 무조건 달려들기만 하는 無謀한 행위를 일컫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이 밖에 螳螂之斧(당랑지부)도 비슷한 뜻으로 쓰인다. ‘螳螂의 도끼’라는 뜻인데 螳螂이 두 다리를 치켜든 모습이 마치 도끼를 든 것과 흡사하다 하여 나온 말이다.

그러나 螳螂의 두 다리는 벌레나 곤충들에게는 큰 위협이 될 지 모르나 자신보다 더 큰 상대에게는 아무런 힘도 되지 못한다. 螳螂之衛(당랑지위), 螳螂之力(당랑지력), 螳螂當車(당랑당거)도 같은 뜻이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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