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오리예요.
다른 친구들처럼
물 속을 헤엄치지도 못하고
꽥꽥 소리내지도 못하지만
하늘 닿는
긴 장대 끝에 앉아
바람을 만나면
뱃사람들 이야기 들려주며
너무 세게 불지 말라 부탁하고
비를 만나면
농사짓는 사람들 이야기 들려주며
너무 많이 내리지 말라 부탁하고
별을 만나면
아이들 가슴에 반짝반짝
따뜻한 별 하나씩
품게 해달라 꼭꼭 부탁해요.
*솟대: 마을 수호신의 상징으로 새의 모양을 만들어 꼭대기에 달아 동네 어귀에 세워 놓은 높은 장대
▼당선소감-박예분▼
어스름 초저녁에 당선소식을 들었습니다.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덤덤했습니다. 들뜨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안정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신춘문예에 도전하던 첫해는 망둥이였고, 일 년의 세월이 흘러 재도전할 때는 조급한 마음이었습니다. 올해 세 번째 다시 작품을 응모하면서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지난해 최종심에 그친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말입니다. 쓰면 쓸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글 쓰기. 지나온 시간들은 제게 겸손과 문학의 깊이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었습니다.
당선작인 ‘솟대’를 쓸 때도 그랬습니다. 간절히 아주 간절히 소망했습니다. 올 가을 태풍 ‘매미’로 인한 피해는 엄청났고 또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이 아파야 했습니다. 우리 모두 힘들어하는 이웃을 위해 기도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으로 살게 해달라고 동심을 빌려 저 높은 하늘에 솟대 하나 걸었습니다.
겨울햇살 한 자락처럼 늘 밝고 따뜻한 동시를 아이들 가슴에 비추게 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좋은 동시를 쓸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김문기 선생님과 안데르센 창작교실 회원들, 심사위원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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