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도올은 진정한 우익? 특강 또 격론

  • 입력 2004년 1월 6일 17시 13분


5일 ‘MBC 도올 특강-우리는 누구인가’에서 ‘역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는 도올 김용옥. -사진제공 MBC
5일 ‘MBC 도올 특강-우리는 누구인가’에서 ‘역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는 도올 김용옥. -사진제공 MBC
“한국사를 꼭 고대-중세-근대의 발전단계로 나누려는 편견을 버려.”

걸죽한 입담으로 동양 철학 강의를 해 인기를 모았던 도올 김용옥 중앙대 석좌교수가 5일 밤 MBC TV ‘도올특강-우리는 누구인가’를 진행하면서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강의 말미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발언해 일부 논란이 일고 있다.

▽“일제 식민사학 잔재 아직 못버려”▽

김 교수는 이날 방송에서 “그동안 우리는 ‘근대’라는 것에 너무 매달려 왔다”며 근대화 콤플렉스의 원인으로 ‘일제 식민사관’을 지목했다.

김 교수는 “일제는 우리가 안으로는 서로 죽도록 싸우고 밖으로는 항상 사대해야 사는 민족이라고 가르쳐왔다”며 “오늘까지도 미국이 없이는 못 사는 것으로 알고 미국이 나간다고 거짓말을 하면 거기에 속아서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고 최근의 미군철수 논란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실학운동 근거 없어”▽

그는 또 “조선시대 실학운동은 허구”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하면서 “서양사적 고대-중세-근대에 우리 역사를 억지로 끼워 맞춰 조선시대를 중세 봉건사회로, 그 이후를 근대 자본주의로 놓다보니 연결고리로 ‘실학’이라는 학문적 개념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왜 우리가 우리 역사에 있어서 꼭 근대를 찾아야 하느냐”며 “ 이는 고대에서 근대로 갈수록 더 근사해진다는 선입관, 혹은 서양식 근대가 없는 너희들은 다 유치한 X들이다는 가치관이 묻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고대-중세-근대 발전 단계설은 봉건제가 있었던 서양과 일본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우리는 근대라는 자괴감에 젖어 빨리 근대적 민족이 되기 위해 죽도록 노력만 해왔다. 이제는 우리 민족이 근원적으로 역사에 관해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잘못 뽑았다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

김 교수는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강조하고 역사의 패러다임 변화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여기있는 분들, 반 이상이 아마 盧대통령을 뽑으셨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 잘못 뽑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통령상에서 벗어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새로운 역사를 구현해나가고 있고 그러한 역사에 의해서 지금 민주제도가 정착되는 과정에서…”라고 말하다가 더이상의 언급을 자제했다.

김 교수는 당초 방송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문화일보에 보낸 ‘王政에서 민주로’라는 글에서 상당부분을 “盧대통령은 민주라는 패러다임을 이땅에 구현하는 최초의 대통령”이라며 치켜세웠으나 실제 강의에서는 이를 크게 다루지 않았다.

▽ 네티즌 찬반 논란 가열▽

MBC 시청자 게시판(http://www.imbc.com/broad/tv/culture/dohol/bbs/index.html)에는 대체로 “진정한 우익의 등장이다”, “시원하고 통쾌한 강의였다”는 반응과 “지나치게 국수적이다”, “잘 나가다 총선용 정치 발언은 옥의 티였다”로 의견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영택(OTAEKY)이라는 네티즌은 “그리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제대로된 우익의 실체를 볼수 있어서 좋았다”며 “그동안 자칭 우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며 속으로 앓아왔던 체증이 오늘 강의를 보면서 확 풀리더라”고 소감을 올렸다.

차순성(ELP77)씨는 “모두들 ‘조선X들은 안돼’라며 분열과 사대라는 단순하고 무서운 음모에 오랜시간 놀아났었다”며 “이런 프로그램으로 민족적 자긍심을 되찾게 되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반면 시청자 정도훈(RGDGR)씨는 “정말 (근대)이전에 한반도가 앞선 국가시스템을 가졌는가”라며 “그렇다면 왜 1862년 한해동안만 전국 31곳에서 민란이 폭발했겠나. 조선시대는 성리학적 닫힌 세계관에 안주했다. 지난 역사에 대한 반성 없는 미화는 또 다른 일제시대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열(JCOM21C)씨는 “정치적 견해는 개인적인 자리에서나 하고 방송에서는 삼가라”면서도 “국민들이 盧 대통령에게 보내는 지지에는 충분한 이유와 의미가 있다고 본다” 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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