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탄생 125돌… 연극으로 풀이한 상대성이론

  • 입력 2004년 1월 6일 18시 16분


《올해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탄생한 지 125주년이고 내년은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100주년이다.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준비되고 있다. 한 예로 한국물리학회는 2005년 상대성이론 발표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인 전시회의 구성 아이디어를 1월 말까지 일반인을 상대로 공모하고 있다(문의 02-556-4737). 최근에는 극단 사다리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제작한 과학연극 ‘아인슈타인의 이상한 나라’가 절찬리에 공연 중이라 화제다. 공연기간에 함께 진행되는 특별강연의 연사인 한국천문연구원 박석재 박사가 연극을 보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참신하고 재미있게 풀었다는 평을 보내왔다.》

“난 꿈속에서 빛을 뒤쫓아가곤 했다. 아주 빠르게 빛을 따라가면 빛과 속도 차이가 없어져 빛이 멈추고 만다.”

1895년 겨울 당시 16세의 소년 아인슈타인은 빛에 대한 꿈을 자주 꾸었다. 실제 빛은 멈추지 않으니 그의 꿈은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빛이 멈추지 않으려면 빛의 속도가 더 빨라지거나 아무리 빨리 뒤쫓아가도 빛과의 속도 차이가 좁혀져서는 안 된다. 어느 쪽이든 당시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연극 ‘아인슈타인의 이상한 나라’에서는 우주의 기본요소인 빛, 시간, 공간이 비출래, 초초, 길기리(왼쪽부터) 같은 재미있는 등장인물로 둔갑해 나온다. -사진제공 박창민(사진작가)

10년에 걸친 고민 끝에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가 관측자의 속도와 관계없이 늘 일정하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두 사람의 속도 차이가 빛의 속도에 가까울 때 적용되는 물리학으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보면 공간은 수축되고 시간은 느려져야 한다. 예를 들어 이 경우 다른 사람은 홀쭉해 보인다는 뜻이다.

연극 ‘아인슈타인의 이상한 나라’의 우수함은 우주의 기본요소인 빛, 시간, 공간을 재미있는 캐릭터로 빗대어 등장시키는 데에 있다. 즉 빛은 불이 밝혀지는 모자를 쓴 ‘비출래’, 시간은 양손에 시곗바늘을 든 ‘초초’, 공간은 커다란 가슴에서 줄자가 나오는 ‘길기리’ 같은 등장인물로 둔갑한다.

연극에서는 어린 아인슈타인의 꿈에서처럼 빛과의 경주로 특수상대성이론을 쉽게 전달하고 있다. 비출래와 길기리가 같이 뛰어(즉 빛의 속도로 운동해) 길기리가 날씬해지고, 비출래와 초초가 같이 뛰면 ‘똑딱똑딱’ 흐르던 시간이 ‘똑―딱―똑―딱―’ 느리게 흐른다.

후반부에서는 게걸스럽고 뚱뚱한 블랙홀이 등장하면서 일반상대성이론 일부도 선보인다. 일반상대성이론은 특수상대성이론보다 완성도가 더 높은 이론이다. 블랙홀이 비출래, 초초, 길기리를 모두 삼키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블랙홀이 단순히 물질만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흐름에 영향을 주고 공간을 당긴다는 일반상대성이론적 특성까지 소개하고 있다.

특수, 일반을 막론하고 상대성이론의 도움 없이 우리는 절대로 우주를 이해할 수 없다. 흔히 듣는 빅뱅 우주론, 거의 매일 보는 공식 E=mc², SF영화에 나오는 웜홀 여행 등 이 모든 것이 상대성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어린이들이 이렇게 중요한 상대성이론을 가장 쉬운 방법으로 일찍 맛볼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바람직한 일은 없다고 믿는다.

물론 어린이들이 이 연극을 보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해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빛, 시간, 공간이 별개가 아니라 모두 어우러져 있다는 사실만 느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실제로 어린이들 대부분이 박수치고 웃으며 배우들과 하나가 돼 1시간 내내 연극을 끝까지 즐긴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아인슈타인의 이상한 나라’는 어린이들만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연극이다. 상대성이론에 관한 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이 연극보다 더 좋은 과학교재를 찾기란 쉽지 않을뿐더러 대학생과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2005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발표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거대하고 다양한 행사 준비를 한 지 이미 오래다. 연극 ‘아인슈타인의 이상한 나라’의 성공을 바탕으로 폭넓은 관객을 겨냥한 속편들이 나오기를, 아울러 국내에서도 더 많은 아인슈타인 기념행사가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박사·천체물리학 sjpark@kao.re.kr

'아인슈타인의 이상한 나라' 공연 및 강연일정

공연강연장소
1차2004년 1월 18일까지화∼금 오후 2시, 4시주말 및 공휴일 오후 1시, 3시1월 13일 낮 12시∼12시30분정재승(고려대 교수)영화배우 아인슈타인-영화 속 물리학자 vs 영화 밖 물리학자서울 목동방송회관브로드홀
2차1월 28일∼2월 22일화∼금 오후 2시, 4시주말 및 공휴일 오후 1시, 3시1월 31일 오전 11시∼11시30분김명환(KIM연구소 소장) 바보 아인슈타인-바보와 천재는 종이 한 장서울 대학로 동덕여대공연예술센터
2월 3일 낮 12시∼12시30분이상욱(한양대 교수) 아인슈타인과 창조성-꼬마 아인슈타인에서 평화주의자 아인슈타인까지
2월 10일 낮 12시∼12시30분정재승(고려대 교수) 영화배우 아인슈타인-영화 속 물리학자 vs 영화 밖 물리학자
2월 17일 낮 12시∼12시30분박석재(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블랙홀과 아인슈타인의 인연-아이들은 우주의 블랙홀
강연회 참가 신청은 극단사다리 홈페이지(www.sadari.org)를 통해 선착순 접수(02-382-5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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