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to안데스]神이 빚은 동토, 알래스카

  • 입력 2004년 1월 8일 16시 41분


동토 알레스카에 신이 빚어놓은 대자연의 위용. 매끄러운 유리처럼 빛나는 물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설산의 자태는 태고의 전설을 간직한 듯 신비로워 보인다. 사진제공 함길수

동토 알레스카에 신이 빚어놓은 대자연의 위용. 매끄러운 유리처럼 빛나는 물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설산의 자태는 태고의 전설을 간직한 듯 신비로워 보인다. 사진제공 함길수

《로키와 안데스는 남북 아메리카 대륙을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등줄기이자 자연의 보고(寶庫). 탐험가 함길수씨(39·지오커뮤니케이션 대표)가 지난해 11월 27일 로키에서 안데스까지 4개월간의 대탐험에 나섰다. 함씨는 북미 알래스카에서 칠레 푼타아레나스까지 15개국 100여개 도시를 통과하면서 때로는 신이 빚은 대자연의 서사시를, 때로는 숨겨진 문명의 신비로움을 전해올 예정이다. 위크엔드는 함씨가 현지에서 보내오는 탐험기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연재한다.》

4개월 동안의 준비를 끝내고 드디어 7명의 대원들과 함께 알래스카를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다. 알래스카를 출발해 캐나다, 미국의 북미 대륙과 중남미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칠레 푼타아레나스까지 판아메리칸 하이웨이로 연결된 총연장 7만8800km에 이르는 대장정의 로드벤처를 떠나는 것이다.

○ 희망과 도전

알래스카에서 4개월간의 대장정을 시작한 탐험가 함길수씨. 그는 로키에서 안데스까지 남북 아메리카 대륙의 등줄기를 따라가며 위크엔드에 생생한 사진과 함께 탐험기를 보내온다

앵커리지 국제공항에는 미리 한국에서 운송해온 무쏘 스포츠 두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를 무사히 푼타아레나스까지 인도해줄 우리의 ‘준마’다.

알래스카의 주도 앵커리지에는 며칠 전 내린 폭설로 온천지가 눈꽃 세상이었다. 40여년 전 대지진으로 해안의 표층이 융기하거나 꺼져 있는 지형이 독특했다.

영하 15도. 생각보다 심각한 한파는 아니었다. 눈으로 뒤덮인 도로 위를 차량들은 체인 없이도 잘 달리고 있다. 모든 차량에 스파이크가 달려있어 눈길에서도 주행속도 80km를 유지하고 있었다.

앵커리지 일정의 하이라이트인 북미대륙 최고봉 매킨리를 향했다. 앵커리지에서 자동차로 2시간 반가량 가 북쪽의 토킷나에 도착, 바로 8인승 경비행기에 오르자 쌍발기 엔진에 시동이 걸렸다.

고공비행이 시작되자 해발 6194m라는 높이보다는 이 산이 안고 있는 자연환경과 위용이 인간을 압도한다. 빙하지역을 지나 이내 깎아지른 암벽과 깊이 1000m의 만년 빙하로 채워진 계곡, 디날리 국립공원 위에서 지상 에어쇼를 연출하며 신비의 세계로 돌진한다.

매킨리의 자태는 신의 권위에 필적할 만한 당당함이요, 인간의 교만을 잠재우고 겸허함의 세계로 안내한다. 빙하의 유구함과 산세의 장대함에 마음을 추스르고 지상을 향해 하강한다.

○ 신비의 세계 북극권

매킨리를 출발하여 북극권으로 가는 베이스 캠프, 체나 핫 스프링스에 도착했다.

온천과 오로라, 개썰매와 북극권 경비행기 투어로 유명한 이곳에는 전 세계 마니아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일본인들의 오로라 관광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아침 일찍 북극으로 향했다. 쌍발기 프로펠러의 둔탁한 엔진 소리와 함께 새하얀 천지를 박차고 올랐다. 신이 빚은 동토 위를 한 마리 새가 되어 날았다.

비행 1시간 반여 만에 드디어 북극권 라인에 위치한 원주민 마을 비버크릭 빌리지의 공항 활주로에 사뿐히 내렸다. 이 마을은 주민 70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우체국과 학교, 마을 회관, 공동 화장실 등 나름대로 편의 시설을 고루 갖췄다. 이 마을에 최초로 이주한 일본인 프랭크 야수다의 통나무 집을 지나 우리를 안내하는 클리퍼드 애덤스의 작은 오두막에 당도했다. 그의 온화한 아내의 환대를 받으며 영하 40도 추위에 언 몸을 녹였다.

그들은 1년에 30여 마리의 곰을 잡고, 연어잡이와 무스 사냥 등을 한다. 한겨울에는 주로 마른 연어 고기를 주식으로 먹는다고 했다.

오후 4시경. 다시 체나 핫 스프링스로 돌아가기 위해 쌍발기의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벌써 어둠이 내려앉았다. 북극의 해는 참으로 짧았다.

대원은 오로라를 촬영하기 위해 영하 30도의 산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오로라는 맑고 추운 날에만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오전 2시 반 희미한 오로라에 만족한 채 지치고 고단한 몸을 이끌고 돌아와야만 했다.

○ '눈과의 전쟁'이 준 교훈

델타 정션은 캐나다 유콘주로 향하는 전초기지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비상식량과 탐험장비를 재정비했다.

내륙으로 들어오면서 한파는 더욱 심해졌다. 어둠이 내리면서 기온은 영하 30도를 오르내렸다. 대원들은 차량이 동파할까 걱정했지만 벤츠 엔진을 탑재한 고성능 차량 무쏘는 잘 견디어 주었다.

드디어 ‘마의 삼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알래스카∼캐나다 국경지대와 캐나디안 로키의 시발점인 밴프, 재스퍼 구간의 결빙 도로 탈출이 시작됐다. 도로는 얼어 있었고, 이따금 아스팔트 포장 도로 구간이 나타나면 블리자드가 몰아치곤 했다. 4륜 구동으로 전환하고 시속 80km정도로 달렸다.

그런데 2호차가 100km로 달리더니 시야에서 벗어났다. 눈까지 겹겹이 쌓인 빙판길이어서 따라가기가 만만치 않았다. 우려했던 사고가 발생했다. 2호차가 운전 부주의로 도로를 벗어나 1m나 쌓인 눈밭으로 굴러 떨어져 있었다.

대원들을 안심시켜야 했다. 침착하게 뒷바퀴에 스노 체인을 걸고 견인을 시도했지만 눈밭에서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았다. 포기하고 있는데, 육중한 하이웨이 제설차량이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제설차량의 도움으로 2호차는 도로 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체인을 연결해 끌어내다가 그만 브레이크 시스템을 고장 내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국경을 넘으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오던 길을 되돌아가 차량을 정비해야 했다.

이번 사고는 앞으로 진행될 수많은 난관 속에서 대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프로다운 완벽한 탐험을 위해서는 보다 치밀하고 철저한 준비와 실천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되새기며 캐나다 진입을 다시 계획했다. 함길수 여행칼럼니스트 ham9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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