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세계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시계탑의 명소라는 것. 정해진 시간이 되면 음악이 흘러나오거나 인형들이 나와 춤을 추면서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 시계들은 시간을 알리는 본래의 기능보다 기념사진의 배경으로, 추억을 선사하는 명물로 더 유명하다.
이런 ‘시계 명소’는 한국에도 있다. 새해를 맞을 때, 연인과 앞날을 기약할 때, 무언가를 다짐할 때 이런 명소를 찾는다면 그 추억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손목에도 집안에도, 심지어 휴대전화에도, 시계는 지천에 널려 있지만 특별한 사건, 사람과 함께한 순간을 증명하는 시계는 특별해야 한다.
○ 제주도의 곰 인형 시계탑
제주 중문단지 ‘테디베어 박물관’ 정원에 자리잡은 시계탑.
시침과 분침이 11과 12 위치에 맞춰지자 트럼펫 팡파르가 울려 퍼지며 빨간 코트를 입은 연주하는 곰이 불쑥 튀어나온다. 바그너의 결혼행진곡에 맞춰 들러리 곰 여섯 마리가 그리스 신전 같은 기둥 뒤에서 올라가면 멘델스존의 축혼행진곡이 울려 퍼진다. 곧 시계가 뒤로 돌아가며 곰 신랑 신부가 등장한다. 이런 공연은 매시 정각과 30분마다 펼쳐진다.
지난해 12월 중순 완공된 이 시계탑은 높이 4m, 폭 8m로 가족여행객이나 신혼여행객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관광객들은 곰 인형 결혼식 공연을 본 뒤 아기천사가 물을 뿜는 분수대에 동전을 던지며 소망을 빌거나 사진을 찍는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놀러온 김재경양(17·대원외고 2)은 공연을 기다리며 50원짜리 동전을 던져 분수대에 올리는 데 성공하자 환호성을 질렀다. 인형 공연을 보고 나서 김 양은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제주에 이런 시계탑이 들어선 것을 알게 돼 일부러 구경 왔다. 신랑 신부 곰이 맞절을 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 시계탑을 구경하고 나서 정원 곳곳에 배치된 곰 조각상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박물관을 둘러보아도 좋다. 3년 전 개관한 테디베어 박물관에는 인간의 달 착륙, 독일 통일과 같은 역사적 사건을 곰 인형이 재현하거나 곰 모나리자, 곰 반 고흐의 자화상 등 패러디 작품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측은 연말연시를 맞아 하루 2000여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비수기에는 1000여명이 다녀간다고 밝혔다.
○ 도시공원 속 꽃시계
부산 용두산 공원에 있는 꽃시계는 지름이 5m다. 계절마다 꽃을 바꿔 심는데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꽃양배추(연목단)를 흰색과 자주색으로 나눠 심는다. 문자판은 화단이 대신하고 있으며 그 지하에 전기로 돌아가는 시계가 숨어있다.
관리공단측은 “봄에는 팬지, 초여름에는 페추니아, 늦여름에는 매리골드, 가을에는 국화처럼 개화기가 긴 꽃을 심는다”며 “사계절 꽃이 피어있어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의 환호해맞이 공원에 있는 꽃시계는 지름이 7m로 그 크기를 자랑한다. 이 밖에도 충남 안면도와 경기 고양시처럼 세계 꽃박람회를 열 때면 행사장 안에 꽃시계를 제작해 둔다.
세계적으로 꽃시계가 유명한 곳으로는 스위스의 제네바 인터라켄, 영국의 에든버러, 프랑스의 베르사유 등이 있다.
원래 꽃시계는 18세기의 식물학자 린네가 스웨덴의 웁살라에 만든 것이 유명하다. 원형으로 만든 화단을 12등분해 하루 중 서로 다른 시간대에 피는 꽃을 시계바늘 방향으로 나눠 심어 만든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꽃시계는 시계의 문자판을 화단으로 만들어 꽃을 심고 원형의 완전 방수 처리된 시계를 내장해 시계 바늘이 꽃판 위로 돌아가게 만든다.
○ 정동진 모래시계
강원 정동진에 있는 모래시계는 미니시리즈 ‘모래시계’의 촬영을 기념해 만들어진 것이다. 지름 8.06m, 폭 3.20m, 모래 무게만 8t으로 모래가 모두 떨어지는 데 꼭 1년이 걸린다고 한다. 새해 첫날 0시에 이 모래시계를 거꾸로 뒤집는 행사를 한다.
인형시계나 꽃시계처럼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는 아니지만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모래의 부피로 시간의 경과를 알 수 있다. 해돋이를 보러 간 참에 대형 모래시계도 구경하면 일거양득.
서귀포=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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