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3.>사람(人)과 사람

  • 입력 2004년 1월 8일 18시 24분


세상살이에서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진정한 기쁨은 사람과의 만남에서 오기 때문이다.

北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사람(人)과 사람이 서로 등지고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이는 사람이 서로 다른 생각을 품고 서로의 신의를 배반한다는 뜻이 된다.

중국은 북반구에 위치해 있었기에 남쪽은 陽地(양지)이자 중요한 방향이었다. 남쪽은 언제나 좋고 긍정적인 방향, 陽(양)으로 인식되었다. 때문에 집을 지어도 남쪽을 향하게 했다. 왕이 집전할 때도 남쪽을 향했으니, 이를 두고 南面(남면)이라 했다. 그래서 南面에는 ‘왕이 되다’는 뜻이 생겼다.

반대로 북쪽은 등진 쪽이자 나쁜, 부정적인, 陰(음)으로 인식되었다. 등진다는 것은 서로의 관계가 단절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싸움에 져서 등을 돌리고 달아나는 의미도 담고 있다. 등진 쪽은 뒤쪽 즉 북쪽과 자연스럽게 연계되었으며, 北에 북쪽 등의 의미가 파생되었다. 그렇게 되자 원래의 ‘등지다’는 의미는 肉(고기 육)을 더하여 背로 분화되었고, 北은 주로 방향을 나타내는 기능만 담당했다. 하지만 ‘전쟁에 져서 달아나다’는 뜻의 敗北(패배)에는 아직도 원래의 뜻이 남아있다. 때문에 독음에도 주의해야 한다.

從은 원래 한 사람이 앞서고 다른 사람이 그 뒤를 따르는 모습(人+人)을 그린 것이다. 이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루는 主從(주종)관계, 사람과 사람의 위계질서를 뜻한다. 이후 착(쉬엄쉬엄 갈 착)이 더해져 從이 되었으나, 현대 중국의 簡化字(간화자)에서는 옛 형태로 되돌아갔다.

그런가 하면 化는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처럼 바로 선 사람(人)과 거꾸로 선 사람(匕)을 그렸다. 이의 상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중국의 어떤 소수민족 문자에서 산 사람은 바로 그리고 죽은 사람은 거꾸로 그린 예가 있듯,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轉化(전화), 즉 삶과 죽음의 전화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로부터 變化(변화)라는 의미가 나왔다고 하는 견해가 설득력을 가진다.

化는 花에서 독음을 표시하지만, 의미부의 기능도 함께 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꽃은 씨를 맺고 씨는 자신의 생명은 물론 인간의 생명까지도 영위하게 해주는 즉, 죽음으로 삶을 가능하게 해 주는 존재라는 점에서 그렇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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