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진은 이 달 말 LG 아트센터에서 세 차례 공연을 갖는다. 지난번 공연을 2000년 2월에 했으니 4년만이다.
“글쎄요. 1년에 한번 정도 공연하는 게 좋긴 한데, 그냥 잘 안됐어요.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옆에서 이제 공연 한번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그러기에… ”
그의 말은 듣기 답답할 만큼 느리고 초점이 분명하지 않다. 아니, 인터뷰 때 그에게 초점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실례’다. 그러나 공연을 앞둔 연습은 실연과 다를 바 없어, 함께 하는 장필순 박용준 등 후배 뮤지션들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이 감돈다.
조동진은 “오랜만에 정서가 비슷한 이들끼리 모여 음악(공연)한다는 의미”라며 “혹시 이번 공연에서 발동 걸리면 새 음반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유시인, 언더그라운드의 대부로 통한다. ‘작은 배’ ‘행복한 사람’ ‘나뭇잎 사이로’ 등 히트곡들은 70년대 독재정권의 그늘에서 ‘우울했던’ 젊은층의 마음을 달래줬다. ‘떠날 수 없네’라고 읊조리는 ‘작은 배’는 저항의식을 담은 메시지 송으로도 해석됐다.
조동진은 80년대에 언더그라운드 진영을 이끌며 자기 음악을 고집해왔고, 90년대 후반에는 ‘하나 음악’이라는 음반기획사를 설립해 ‘조동진 음악’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지난해 나온 장필순의 6집 음반과 오소영의 첫 음반도 그가 프로듀싱한 작품.
“음악은 사람이나 경우에 따라 오락거리일 수도 있고 구원의 문제까지 다루는 심오한 철학일 수도 있습니다. 나도 내가 만든 노래처럼 살려고 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공연 레퍼토리는 ‘작은 배’ 등 히트곡들과 더불어 잘 알려지지 않은 5집의 수록곡 ‘넌 어디서 와’ ‘새벽안개’.
공연 이후 계획을 물었더니 여전히 여백이 많은 응답이 돌아왔다.
“특별한 계획은 없고, 공연이 잘 돼 좀 남으면 후배들과 동해바다를 다녀왔으면 합니다. 제주도면 더욱 좋구요.”
공연은 30일 오후 7시반, 31일 오후 6시, 2월1일 오후 4시. 4만∼8만원. 02-525-6929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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