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제2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에서 윤영선 3단을 2 대 0으로 꺾고 생애 첫 타이틀을 따낸 박지은 5단의 소감이다.
그에게 이 대회 우승의 의미는 여러 가지로 각별하다. 준결승에서 처음으로 루이나이웨이 9단의 벽을 넘었다. 이번 우승 덕분에 5단으로 자동 승단해 한국인 여성 기사 중 맨 먼저 5단의 고지를 밟았다.
또 2002년 4월 윤 3단과 겨룬 하오줴(豪爵)배 결승에서 팻감을 안 쓰고 패를 따냈던 실수로 세계대회 첫 우승을 놓친 아쉬움도 깨끗이 풀었다.
“‘하오줴배 충격’ 이후 바둑에 대한 자신감이 전에 비해 많이 없어졌어요. 몸도 아팠고 한국기원 연구생 시절 저와 실력이 비슷했던 남자 동료들이 저보다 앞서나가는 것 같아 조급해지기도 했습니다.”
박 5단은 지난해 농심배 본선에 진출하는 등 제법 성적을 냈지만 내심 자신의 바둑에는 만족하지 못했다.
박 5단은 이번 결승 대국의 내용도 별로 좋지 못했다고 했다.
“꼭 우승해야겠다는 부담 때문에 내용이 엎치락뒤치락했어요. 윤 3단이 큰 실수를 하는 바람에 이겼죠.”
앞으로 한국 여성바둑계는 루이 9단, 박 5단 그리고 조혜연 4단의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루이 9단에겐 아직도 배울 게 많고 조 4단은 만나면 꼭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라이벌입니다.”
그는 여성의 울타리 안에서 머물지 않고 같은 또래의 남자 강자들과 어깨를 겨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