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주부여 건강 CEO가 되자

  • 입력 2004년 1월 11일 17시 27분



《누가 주부를 살림만 한다고 얕보는가. 새해가 시작되면 주부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못지않게 바쁘다. 특히 1년간의 가족 건강 계획을 세우는 것은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주부는 가정의 CEO다. 그러나 건강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뾰족한 방법이 없어 애를 태우는 경우가 많다. 경영학 이론을 빌려 건강 경영계획을 세워봤다.》

▽건강 환경 분석 먼저=‘올해는 건강해야지’처럼 추상적인 계획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선 건강환경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기업 경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SWOT 분석을 활용해 보자.

SWOT 분석이란 목표 달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내 외적 환경을 분석하는 것. 내적으로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을 분석하고 외적으로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 요소들을 따져야 한다. 가족의 건강경영환경에서 S와 W는 가정 내부의 환경, O와 T는 사회환경이라 볼 수 있다.

환경 분석은 구체적일 수록 좋다. 따라서 남편을 비롯해 가족의 도움이 절대 필요하다. 현재 자신의 건강상태 등을 솔직하게 터놓고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대한 대화도 가져야 한다. 매달 발생하기 쉬운 질병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좋다.

▽건강 경영목표를 정하라=환경 분석을 통해 장단점이 파악됐다면 올해 우리 집의 가장 큰 건강 이슈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남편이 당뇨병 환자인가. 혹은 올해 고 3 수험생이 된 아들의 건강이 중요한가. 혹시 주부 자신이 출산을 앞두고 있는가.

목표를 정하는 작업은 경영계획 수립에서 가장 중요하다. 경영학자들은 “목표를 세울 때는 모든 이슈를 아울러야 하지만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가족의 건강경영 목표도 마찬가지다. 가장 역점에 둬야 할 이슈를 1차 목표로, 나머지를 다음 목표로 정하도록 한다. 가령 남편의 만성 당뇨병 치료를 올해의 건강경영목표로 정하고 수험생 아들의 건강을 2차 목표로, 자신의 출산을 3차 목표로 정하는 식이다.

▽세부 계획을 수립하라=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을 짜는 최종 단계다. 약점(W)과 위협(T)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강점(S)과 기회(O)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세부 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다.

최근 기업경영은 자원 확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역량을 집중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추세다. 건강경영도 다르지 않다. 가계 사정이 좋지 않다고 건강에의 투자를 포기할 게 아니라 가족간의 정(情)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가령 가족 중에 만성 질환자가 있으면 환자용 식단표 구성, 병원비 예금계좌 개설, 환자 간병을 위한 역할 분담 등의 세부계획을 짠다. 건강관련 정보가 부족하다면 신문스크랩과 인터넷 서핑 담당자 선정, 무료 건강강좌 참석 등으로 대처할 수 있다.

흡연과 음주의 위협이 여전히 거세다면 절주 계획표와 금연일지 작성, 가족놀이 확대, 지속적 운동 실시 등을 기획한다. 전염병 등 신종질병의 위협에 대해서는 외출 후 손 씻기, 음식물 조심, 사람이 밀집된 곳 피하기, 마스크 착용하기 등으로 대처한다.

(도움말=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전성훈 교수,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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