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려서부터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아 젖병을 물리고 책을 읽어주었어요. 우유를 먹을 땐 가만히 있으니까요. 아이가 어찌나 빨빨거리고 다니는지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는 것은 꿈도 못꿨죠.”
그래도 김씨의 아내 이미숙씨(38)는 “유동이가 언젠가는 책을 보겠지”하는 생각에 끊임없이 책을 사다 읽어주었다. ‘책벌레’인 이씨는 시장에 가거나 남의 결혼식에 갔다 돌아올 때 꼭 책방에 들렀다.
“1학년 때는 가만히 앉아 책을 읽기 어려웠어요. 엄마가 읽어주시면 들었어요. 재미있는 것은 한 시간 넘도록 들었지요.”(유동)
50여권이 넘는 육아 및 자녀교육서를 읽은 이씨는 유동이가 2학년에 올라갔을 때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았다.진찰 결과 ADHD였다. 남편 김씨 역시 ADHD로 나왔다. 약을 먹으면서 김씨도 유동이도 깨끗이 나았다.
“유동이는 ADHD 검사 때도 그동안 제가 읽어준 책 덕분인지 어휘력과 상식에서 상위 3%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약을 먹자마자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완전히 변한 것을 물론이고요.”(이씨)
유동이가 지난 여름부터 보여준 독서력은 놀라웠다. 그림책을 뛰어넘어 100쪽이 넘는 책도 가만히 앉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요즘에는 이씨가 읽으려고 산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읽겠다고 덤빈다.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김씨의 공부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물론이다. 김씨는 “그동안 책을 보면 머리가 아팠는데 요즘엔 집중이 잘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퇴근 뒤 도서관에 들러 공부하고 이씨와 유동이는 오후 8시면 TV를 끄고 베갯머리 독서시간을 갖는다.
“독서를 통해 하루를 정리하고 다음날을 준비한다”는 이씨가 정말 부자같이 느껴졌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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