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윤종/‘和音’ 잃어버린 서울시향

  • 입력 2004년 1월 11일 18시 17분


서울시교향악단 음악감독 곽승(郭昇)씨에 대한 세종문화회관(사장 김신환·金辛煥)측의 위촉해지 공방은 법정에서 결말이 나게 됐다. 곽씨가 최근 세종문화회관을 상대로 ‘음악감독 및 지휘자 지위보전 등 가처분 신청’을 서울지방법원에 냈기 때문이다.

사태는 지난달 18일 세종문화회관이 곽씨에게 ‘1년에 180일 이상 근무토록 한 규정을 어겼다’며 해촉 통보를 한 데서 비롯됐다. 곽씨가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해촉의 부당성을 호소한 데 이어 세종문화회관측도 지난주 반박회견을 가졌다. 둘 사이에 접점은 없다.

“1년에 180일 동안 사무실을 지키는 지휘자가 세계에서 몇이나 됩니까.”(곽승)

“본인이 서명한 사항입니다. 180일은커녕 고작 61일만 출근했다는 건 지나치죠.”(김신환)

“뉴욕 필 상임지휘자 로린 마젤 초청연주와 같은 중요사항을, 나와 의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곽)

“나는 세종문화회관 사장 겸 예술총감독입니다. 그 정도 결정할 권한은 있습니다. 결정 후 논의했는데 덮어놓고 반대만 하더군요.”(김)

법원이 어느 편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이번 사태로 서울시향은 적잖은 상처를 입게 됐다. 서울시향은 이미 1999년 이후 오디션 등에 대한 의견차이로 장기간 노사분쟁을 겪으면서 연주력과 위상이 추락됐다는 평을 들어왔다.

곽 감독 지지서명에 참여했다는 한 단원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울먹였다.

“누가 옳고 그르든, 곽 선생님은 소송을 철회하시고 세종문화회관측은 대신 곽 선생님의 명예회복조치를 해주었으면 합니다. 공방이 오래 가면 서울시향은 극심한 분열에서 헤어나지 못할 겁니다.”

이번 사태가 곽 감독과 김 사장의 불신에서 촉발됐지만 서울시향 단원들의 오랜 ‘편 가르기’가 갈등을 부추겼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마음이 어우러져야 화음도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서울시향이 하루빨리 ‘협화음’을 찾길 바라는 마음은 서울시에 세금을 납부하는 시민인 기자도 마찬가지다.

유윤종 문화부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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