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DDT가 대량으로 살포된다. 모기는 씨가 말라갔으나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도마뱀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고양이들이 곳곳에서 죽어갔고 마을에 쥐가 들끓었다. 그리고 하나 둘씩 살던 집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
DDT는 모기를 박멸했다. 그러나 끈질긴 바퀴벌레는 살아남았다. 그게 문제였다. 바퀴벌레를 잡아먹는 도마뱀에게 바퀴벌레의 DDT가 옮겨갔다.
DDT는 도마뱀의 신경계를 파괴했다. 움직임이 느려졌다. 굼뜬 도마뱀은 고양이의 ‘밥’이었고 고양이는 체내에 DDT가 축적돼 전멸하다시피 했다. 또 느려 터진 도마뱀이 나방을 잡아먹지 못하게 되자 움막집의 나무기둥을 갉아 먹는 나방유충이 제 세상을 만나게 된 것이다. 1955년의 일이다.
DDT의 강력한 살충효과를 발견한 것은 1939년 스위스의 화학자 파울 뮐러였다.
DDT는 말라리아 발진티푸스 등 전염병을 퇴치했고 농작물 생산량은 30∼50%까지 늘어났다. DDT를 소량 함유한 술과 ‘DDT 라이스(쌀)’ ‘DDT 햄버거’가 등장하기도 했다. DDT가루를 머리에 온통 허옇게 바르고 키들대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그러나 ‘기적의 살충제’ DDT는 그 기적 속에 재앙의 씨를 키우고 있었다.
DDT는 잘 분해가 되지 않았다. 한번 흡수되면 8년이 지나서야 반이 체내에서 분해된다. DDT는 남극의 펭귄과 북극곰에게도 발견됐고 모유(母乳) 속에서도 검출됐다.
새들의 알은 부화되기도 전에 깨졌다. 레이첼 카슨의 책 ‘봄의 침묵’은 DDT의 저주를 받아 더 이상 새들이 울지 않는 끔찍한 봄을 경고했다. DDT는 1970년대 들어서야 사용이 금지된다.
1939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인류에게 파멸적인 해였고, DDT가 개발됐다는 점에서 지구 생태계에 대재난이 시작된 해였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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