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혼남녀의 50%가 결혼계획이 없는 등 만혼과 높은 이혼율로 인한 가족해체 현상의 징후와 함께 전통적 가족 가치관도 급격하게 변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여성부가 한국가족의 변화상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여성개발원에 의뢰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 3500가구 9109명을 대상으로 가족가치관 및 가족관계 등을 조사한 '2003 전국가족조사'에서 밝혀졌다.
그동안 가족과 관련한 전국 규모의 조사가 몇 차례 있었지만 양성평등적 관점에서 조사를 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결과 남성의 31%, 여성의 34.9%가 '부부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이혼하는 게 낫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20대 여성은 48.8%, 30대 여성은 43.6%가 그렇다고 응답해 젊은 여성일수록 이혼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남편 부모를 모시는 가족은 전체의 11.6%(처부모는 1.7%)에 불과했으며 응답자의 40%가 부모와 같은 동네나 시군에 살면서 접촉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인들은 본인의 집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41.2%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장남 집(32.3%) 차남 등 기타친인척 집(15.5%)에 거주해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이 완전히 정착됐음을 보여준다.
또 남성의 대다수가 본인 소유의 재산이 있지만 여성들은 과반수가 자신 명의의 재산이 없었으며 취업 여부와 무관하게 가사노동을 하고 자녀와 노인을 돌보는 사람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나 가정 내 양성평등은 여전히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자녀수가 많을수록 정신건강과 일반건강이 낮아 가족 스트레스 대부분이 경제문제(63.2%)와 자녀문제(43.9%)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중복응답).
전체 가구의 45.5%가 남편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었으나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경우는 아내 부모(18.1%)가 남편 부모(11.1%)보다 더 높아 눈길을 끌었다.
조사를 담당한 여성개발원 장혜경(張惠敬)가족보건복지연구부장은 "가족가치관의 괴리, 출산율 급감, 독신인구의 증가, 고이혼율 등 탈가족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이는 사회변화의 흐름 속에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사회적응 현상"이라며 가족해체를 막기 위해서는 가족생활에 대한 국가 등 공적 영역의 정책적 개입과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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