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불혹 앞둔 20代?… ‘몸짱’ 아줌마 정다연씨

  • 입력 2004년 1월 15일 16시 40분


'몸짱' 아줌마는 '진지한' 운동 메신저다. '카메라를 보고 살짝 웃어달라'고 하자, '역기를 들면서 웃는 사람은 없잖아요' 하면서 시종 심각한 표정을 풀지않았다. 이종승 기자
'몸짱' 아줌마는 '진지한' 운동 메신저다. '카메라를 보고 살짝 웃어달라'고 하자, '역기를 들면서 웃는 사람은 없잖아요' 하면서 시종 심각한 표정을 풀지않았다. 이종승 기자
전국에 ‘몸짱’ 열풍을 몰고 온 ‘일산 봄날아줌마’ 정다연씨(38). 1966년생이니 마흔을 코앞에 둔 나이인데도 그의 얼굴과 몸매는 20대를 무색케 한다.

전업주부로 초등학교 1, 2학년인 자녀 둘을 둔 정씨는 지난해 말부터 한 인터넷신문에 근력운동 요령을 설명하고 직접 시범을 보이는 동영상 칼럼을 연재하면서 순식간에 인터넷의 스타가 됐다. 근력운동에 대한 지식은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으며 군살 하나 없는 탄탄한 몸이 바로 그 생생한 ‘사례’다.

개설된 지 한 달여가 지난 그의 팬클럽 카페 회원 수는 현재 6만명에 육박하고 ‘봄날아줌마에게 자극받아 운동을 시작했다’는 사연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 모든 갑작스러운 변화가 어떠냐고 물으니 “생소하지만 제가 원하는 게 이뤄진 셈”이라고 멋쩍게 말했다. 원하는 일? “운동 메신저가 되는 것이거든요.”

'몸짱' 아줌마의 6년 전 모습. 사진제공 딴지일보

5년 전 운동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정씨는 아이를 연년생으로 낳은 뒤 키 162cm에 몸무게가 68kg까지 불어난 상태였다.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갔다가 ‘뼈에는 이상이 없고 운동부족으로 근력이 약해졌다. 뛰면 무리가 가니까 가볍게 걸으라’는 진단을 받았다. 시어머니와 함께 산책을 하다 날이 추워지면 가끔씩 동네 어귀 헬스클럽의 러닝머신에서 뛰고 돌아오곤 하던 어느 날이었다.

“헬스클럽에 눈에 확 띄는 여자가 있는 거예요. 전직 보디빌딩 선수고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와서 트레이너로 일한다더군요. 저처럼 아이 둘을 낳은 주부였어요. 저보다 겨우 한 살이 많았는데 몸은 어쩌면 그렇게 다른지,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그의 몸보다 더 부러웠던 건 그의 에너지였다. 거의 매일 헬스클럽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고 걸레질을 하던 그를 보고 “힘들텐데 대걸레로 밀지 그러느냐”고 하자 “운동을 하면 이렇게 (자꾸 몸을 움직이고 싶어지게)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헬스클럽 여성회원들에게 근력운동을 가르치고 싶어 하던 그를 따라 운동을 시작했다. 여러 명이 나가떨어지는 동안에도 정씨는 끈질기게 1년 동안 배웠다. 1주일에 4, 5일, 하루 1∼2시간씩 운동을 한지 넉 달이 지나면서 몸이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1년 뒤에는 근육 크기를 키우는 데에 집중하는 선수용 훈련이 맞지 않는 것 같아 ‘보디 포 라이프’ ‘ABS 프로그램’ 등의 책을 읽으며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내고 바꿨다.

“러닝머신에서 좀 뛰고 마는 주부들이 많잖아요. 그렇게 해서는 아무리 운동을 해도 체형 변화가 없을 텐데 보기에 안타까웠어요. 또 살 빼려고 굶는 분들도 많은데 우리 몸은 영양이 부족하면 지방을 축적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에 더 안 좋거든요.”

무작정 뛰기만 하는 주부들, 엉뚱한 곳에 힘을 주고 근력운동을 하는 주부들에게 틈틈이 운동 요령을 가르쳐주고 상담을 해주는 동안 “정말 쉽게 설명을 잘 한다”는 인사를 자주 들었다. ‘그럼 내친 김에 글을 써볼까’하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다는 것.

‘몸짱’으로 유명해진 뒤 그가 역기를 드는 모습이 방송전파를 탄 어느 날, 친정 엄마가 전화를 걸어 “처녀 때 밥상도 못 들던 애가…. 너 신들렸니?”하고 묻더란다. 빙긋이 웃으며 그가 대답했다. “엄마, 나 이제 예전의 내가 아냐.”

5년간의 운동이 가져다 준 소득은 달라진 몸 말고도 또 있다. 스스로에 대한 달라진 시선이다.

“고교 때 100m 달리기는 20초가 넘고 체육과 담을 쌓고 살았는데 지금은 힘이 넘쳐요. 대형할인점에서 보름치 쇼핑을 하면 남편은 봉지 2개를 들고도 힘들어하지만 저는 3개씩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일상생활에서도 점점 강해져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죠. …몸무게요? 잘 몰라요. 결혼하기 전에 평균 48kg이었는데 지금은 50kg이 조금 넘는 정도일까. 집에 체중계가 없어요. 무게보다는 전체적인 균형이 더 중요하거든요.”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한다면 한다” 취미로 고수가 된 아줌마들▼

7년째 취미삼아 친 기타로 고수가 된 ‘여울 앙상블’단장 박태연씨. 이종승기자

‘일산 봄날아줌마’ 정다연씨 말고도 취미로 고수가 된 아줌마들은 여러 분야에 있다.

7년전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천호점에서 합주를 배우면서 ‘여울 앙상블’을 창단한 주부 박태연(50·기타) 장희현(43·크로마하프) 조유진씨(47·만돌라) 등은 정기음악회를 열고 지난해 연주 CD를 낼 정도로 실력을 갖춘 ‘아마프로’들.

그런가하면 주부 권순명씨(53)는 25년간의 교사 생활을 접고 퇴직한 뒤 ‘날 위해 무얼 할까’를 생각하다 2001년 가을 난생 처음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국립발레단의 발레아카데미 초급반에서 1년반 동안 트레이닝을 받은 그는 6개월 전부터 중급반에서 제법 고난도의 발레 동작들을 배우는 데 여념이 없다.

이들에게서 ‘취미로 고수가 되는 비결’을 들어봤다.

1. 시간은 조금씩 길게 투자하라

“처음부터 시간을 많이 내려고 욕심을 부리면 금방 지친다. 조금씩 길게 시간을 투자해야 오래 간다.”(박태연)

“내가 종일 운동만 하는 걸로 생각할지 모르는데 1주일에 4, 5일, 하루 1∼2시간이 전부였다. 올바른 방법으로 그렇게 1년만 하면 누구나 나만큼은 된다.”(정다연)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에 매료돼 53세의 나이에도 토슈즈를 신는 주부 권순명씨. 이종승기자

2.시간 날 때 하지 말고 시간 내서 하라

“나는 집이 수원인데 합주를 하기 위해 3년 3개월째 1주일에 한번씩 서울에 온다. 이 시간만큼은 누구로부터도 간섭받고 싶지 않다.”(조유진)

“2년 3개월간 모두 216시간의 교습시간 중 결석은 재작년에 딱 1시간이 전부였다. 여기 오는 일이 내게는 0순위다. 가족들과의 주말여행도 종강하지 않으면 안간다.”(권순명)

3. 고비를 넘어야 할 때가 있다

“독주만 하다가 합주를 시작할 때 고비가 있다. 합주는 자기를 드러내는 게 아니므로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이걸 왜 하느냐는 고비를 넘긴 뒤 합주의 재미를 느끼게 됐다.”(장희현)

“편안하게 장시간 운동을 해 본들 소용없다. 더 이상 하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최고점까지 해 봐야 한다. 최고점은 기존 근섬유가 파괴되고 다시 복구되면서 강화되는 수위다.”(정다연)

4. 나이, 처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려라

“나이를 점점 더 먹으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거지만 고정관념은 버려야 한다. 더 나이 먹기 전에 하고 싶은 걸 다 해보자는 쪽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몰입도 가능하다.”(권순명)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