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는 소를 성스러운 존칭어로 ‘온다’(우리말 ‘온다’와 뜻과 발음이 흡사하다)라고 부른다. 힌두교의 신(神)들 중 비슈누신이 복을 주러 지상에 내려올 때 ‘소를 타고 온다’는 믿음과 소원이 담긴 말이다. 불교에서는 소 울음을 수행 중 진리를 깨달을 때 들리는 우주의 소리라고 한다. 그 의미는 십우도(十牛圖)에 담겨있다. 소를 잃어버려 찾는 소년은 물질에 종속된 마음이 욕망의 충족을 꾀하다 진실한 자아를 상실한 속성(俗性)을 비유한 것이고, 소를 찾아 등에 타고 피리를 불며 돌아오는 소년은 세속에 물든 마음을 돌이켜 착한 본성에 회귀하는 즐거움의 표현이다.
사람의 마음은 착한 소처럼 진실한 본성에 고요히 머물 때의 기쁨과, 멍에를 질 수밖에 없는 소의 고통처럼 욕망을 채우기 위해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양면성이 있다.
천지자연의 이치에서 보면 축(丑)은 시간적으로 태양이 모습을 드러낼 준비가 다된 오전 1시부터 3시 사이다. 계절적으로는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의 기운을 잔뜩 머금고 있는 음력 12월(섣달·丑月)로 봄이 되기 직전에 해당된다. 이는 우주의 자궁 속 ‘자(子)’에서 음양이 결합해 잉태된 만물의 씨앗이 자라 곧 터져 나오려는 혼돈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순진무구한 아이가 여성의 자궁에서 고통스러운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꿈틀대며 양수를 터뜨리려는 찰나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축’은 어둡고 냉하고 혼돈스럽고 고통스러운 살기(殺氣)와 때 묻지 않은 진리를 동시에 담고 있다. 음양오행으로 말하자면 비장과 위장에 속하는 토(土)의 성질이다. 색깔로는 황색, 방향으로는 동북 방향을 의미한다.
소띠인 사람이 가을이나 겨울의 밤에 태어났다면 몸이 매우 냉한 체질이다. 비장이 크고 실하며 신장 또한 강하다. 또 쥐띠나 돼지띠, 원숭이띠, 닭띠라도 음력 12월 밤에 태어났다면 거의 저혈압 증세가 있는 냉습한 체질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몸을 크게 다치기도 하고 여성은 자궁 질환을 앓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소띠인 사람이 여름 한낮에 태어났다면 화(火) 기운이 강해져 심장에 열이 많아지는 대신 신장이 약해진다. 또 소띠가 봄의 아침에 태어났다면 비장과 신장이 약해진다.
소띠의 성질은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일해야 하므로 매우 세속적인 면이 있는가 하면 멍에를 쓸 수밖에 없는 운명에 대한 고뇌도 있어 시골이나 산속에 은거하고 싶은 도인(道人)의 성격도 있다.
멍에를 지고 새벽에 일터로 나가는 소는 해가 저물어서야 멍에를 풀고 쉴 수 있다. 여기서 소의 멍에는 인간 운명의 속박이며 소가 끄는 수레는 삶의 짐이라 할 수 있다. 소는 어질어서 멍에를 거부하지 않고 죽어서는 고기와 가죽을 남겨서 인간을 이롭게 한다. 또 수없이 끌어온 수레의 짐을 제 것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이는 생명을 무한히 탄생시키고 기르면서도 이익을 바라지 않는 하늘의 마음과 비교된다.
불교에서 관세음보살은 사람 몸에 소의 얼굴을 하고 축시에 인간 세상을 두루 살피며 덕을 베푼다고 한다. 그러나 무섭게 생긴 소머리에 도끼와 칼을 손에 쥐고 곧 휘두를 듯한 모습의 십이지신상을 보면 인간의 그릇된 욕망을 응징하는 심판의 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신라의 원효대사는 축시에 수행을 하면 소의 정령이 둔갑한 마구니(마군·魔軍)가 나타나 수행을 방해한다고 했다. 세속적 욕망과 무서운 살기를 지닌 생명의 기운이 그 시간에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정경대 국제의명연구원 원장 www.imfa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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