福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처럼 술독(酉)을 두 손으로 들고 조상의 신주(示) 앞에서 따르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이후 두 손을 나타내는 부분은 생략되고 술독(酉)의 모습이 조금 변해 지금처럼 되었다. 조상신에게 술(酉)을 올려 福을 기원하는 제사(示)에서 福이라는 의미가 생겼다. 그리고 술독(酉)이 집안(면)에 모셔져 있는 모습이 富(오른쪽 그림)이다. 술독까지 갖추었으니 갖출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갖추었다는 의미에서 넉넉하다는 뜻이 나왔다.
이처럼 고대 사회에서 술은 대단히 중요했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酒神(주신)이 등장하듯, 술은 농경사회를 포함해서 고대사회의 풍요의 상징이었다. 술을 빚기 위해서는 우선 식량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풍요를 기원하는 제사는 언제나 술을 수반하게 되었고, 집안에 술독을 모셔놓고 있는 모습이 富의 자원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福의 종류도 다양하다. 五福(오복)은 長壽(장수), 富(부), 康寧(강녕·건강하고 편함), 好德(호덕), 善終(선종·편안한 죽음)을 말한다. 그 중에서도 長壽가 최고였던지 壽福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중국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박쥐(복)는, 그것이 갖고 있는 이중성과 괴상하게 생긴 형상에도 불구하고 福과 발음이 같다는 이유에서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박쥐만 그리지 않고 꽃사슴(鹿)도 함께 그려 놓는다. 鹿은 祿(녹봉 록)과 발음이 같다. 그래서 박쥐와 사슴을 함께 그린 그림은 ‘福祿’을 뜻한다.
富와 壽에 대한 추구가 福의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荀子(순자)의 말처럼 “근심을 없앨 수 있으면 그것이 바로 福”일 것이다. 그처럼 걱정을 줄이며 담백하게 살 수 있으면 그만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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