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전 도전1국 승리 이창호 9단 "세상과 더 많이 만나고 싶어"

  • 입력 2004년 1월 15일 18시 37분


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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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때 타이틀을 획득한 이후 바둑계 정상에 머무른 지 올해로 16년째. 이창호 9단(사진)도 어느덧 서른살이 됐다. 너무 어린 나이에 정상에 올랐기 때문에 그가 ‘이립(而立)’의 나이가 됐다는 사실이 낯설기만 하다.

그는 14일 중국 윈난(雲南)성 다리(大理)시에서 열린 47기 국수전 도전 1국에서 열살 아래 최철한 6단에게 승리를 거뒀다. 10년 전 러시아에서 조훈현 국수를 상대로 37기 국수전 도전 1국을 두었던 당시 그의 나이가 지금 최 6단과 똑같은 스무살이었다.

“서른살이 됐다고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지만 세상 보는 눈이 조금씩 바뀝니다. 확실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닌데 뭔가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싶습니다. 종교적인 건 아니고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했던 세계를 알고 싶습니다.”

그는 느리지만 확실히 변하고 있었다. 그의 표현대로 ‘아직 세상과 접촉하는 것이 어색’해 보이긴 하지만 차츰 활동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고 올봄엔 필드에 나가볼 생각이다. 운동 목적도 있지만 ‘그동안 못해본 걸 해보겠다’는 생각에서다.

벌써 수년째 후배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지만 그는 정상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언젠가 정상에서 물러나겠죠. 담담하게 받아들일 겁니다. 하지만 체력적인 뒷받침만 된다면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는 이번 대국에서도 중반까지 크게 불리했던 바둑을 끝내기 단계에서 역전시켰다. 이 9단은 이번 일정 중 대국 때를 빼고는 밥 먹을 때나 이동할 때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그가 읽던 책은 ‘한 권으로 읽는 한국의 속담’ ‘당신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라’ 등이었다.

윈난=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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