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7>과세(過歲)와 과년(過年)

  • 입력 2004년 1월 18일 17시 38분


중국에서 최고의 명절은 음력설이다. 올해도 무려 연인원 19억 명이 설을 쇠기 위해 이동할 것이라 한다. 관공서는 물론 대부분의 상가도 정월 대보름까지 문을 닫고 대학의 방학도 이때쯤 시작된다.

중국에서는 ‘설 쇠다’를 過年이라 표현하지만 우리는 過歲라고 한다. 그렇다면 年과 歲는 다른 뜻일까. 이 둘이 만나 年歲라는 말도 생겼지만, 年이 시간적인 경과를 주로 나타낸다면 歲는 나이를 세는 단위로 많이 쓰인다.

年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사람(人·인)이 볏단(禾·화)을 지고 가는 모습이었는데 지금처럼 변했다. 곡식의 수확이 원래 뜻이며, 수확에서 수확까지의 주기로부터 한 해라는 뜻이 생겼다.

歲도 마찬가지다.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처럼 날이 둥근 낫칼(j·월)과 두 발(步·보)로 구성되어 수확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그렸다. 歲도 수확이 원래 뜻이다. 이후 歲가 해의 단위를 나타내게 되자 원래 뜻을 나타낼 때에는 刀(칼 도)를 더하여 k로 분화하였다.

수확 주기를 年과 歲라고 한 데는 일찍부터 정착농경을 했던 중국의 생태배경이 반영되어 있다. 에스키모 인들은 연어가 돌아오는 주기로, 몽골 인들은 풀이 새로 돋아나는 주기로써 해의 단위를 표현한다고 한다.

漢(한)대의 어휘사전인 이아(爾雅)에 의하면 고대 중국에서는 한 해를 나타낼 때 왕조마다 다른 한자를 썼으니, “夏(하)나라는 歲를, 商(상)나라는 祀를, 周(주)나라는 年을 사용했다.”

祀는 제단을 그린 示와 뱃속의 태아를 그린 巳로 구성되었다. 따라서 祀는 자손(巳)이 제단(示) 앞에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祀는 제사가 돌아오는 주기로써 해를 헤아렸던 것이 된다. 이는 조상에 대한 제사를 중시했던 商나라의 사회상을 반영한다.

우리말의 해와 영어의 이어(year)는 태양과 관련되어 있다. 중국 서남부 納西族(납서족)의 상형문자에서는 12띠의 첫째인 쥐를 그려 한 해를 표현했다, 이런 抽象的(추상적) 개념의 시간 개념에 비해, 고대 중국인들은 수확과 제사의 주기 등 그들의 생활에서 지극히 중요했던 인간행위와 관련지어 具象的(구상적)으로 해를 그려내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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