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마법 학교'…소원이 마법처럼 '뚝딱'

  • 입력 2004년 1월 18일 17시 48분


◇마법 학교/마하엘 엔데 글 카트린 트로이버 그림 유혜자 옮김/92쪽 6500원 푸른숲(초등 4년 이상)

‘만약에 만약에’ 오늘 길을 가다가 누군가가 세 가지 소원을 들어 줄 테니 말해보라고 하면 무슨 소원을 이야기 하시겠어요? 옛날 어떤 사람은 세 가지 소원을 다 써서 겨우 소시지 하나를 얻었고, 또 다른 사람은 다리 부러진 당나귀 한 마리만을 얻었어요. 당장 눈앞에 보이는 바람을 이야기했다가 큰 걸 놓쳐 버린 거죠. 당장 눈앞에 펼쳐진 일 세 가지 말고, 평생 이루고 싶은 소원 세 가지를 말하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닌가 보죠.

이 책 ‘마법 학교’는 그런 ‘소원’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작가 미하엘 엔데는 시간이나 사람 사이의 관계 같은 철학적 주제를 환상이나 마법이란 재료를 사용해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데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작가의 책들을 읽고 있으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 마법세계와 관련이 있다는 걸 의심하지 않게 된다니까요.

소원나라 어린이 ‘말리’와 ‘머그’는 시험을 보고 마법학교에 입학했어요 그들은 여기에서 무얼 배울까요? 마법이라 하니, 혀가 꼬이도록 현란한 주문이나 이런 것도 있다니 생각하게 하는 마법 도구, 혹은 꼭 그런 걸 써야 하는가 싶은 혐오재료 다루는 법을 배우는 건 아닌가 하겠죠?

하지만 ‘질버 선생님’ 말씀은 의외예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게 뭔지 알고, 그걸 잘 다루도록 연습하는 것이 마법을 배우는 거라네요. 마법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언제든 밖에서 끌어올 수 있는 거라 생각했는데, 자신이 원하는 것이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자꾸자꾸 안으로 되새겨 보는 거라네요. 그러다 보면 진심으로 바라는 소원은 ‘마법처럼’ 이루어 진다네요. 결국 마법은 소원의 힘으로 가능한 일이에요.

이런 마법이라면 우리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소원나라 사람들보다는 힘들겠지만 내 마음을 바라보고 내가 원하는 일을 알아내는 것은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것이 되면 별다른 주문 없이도 포크로 사과를 만들고, 공책을 나비처럼 날아다니게 할 수 있을 거예요. 내가 원하기만 하면 말이죠.

누군가가 내게 세 가지 소원을 묻는다면 내 소원이 무엇이지 알고 싶은 데에 그 첫 번째 소원을 쓸지도 몰라요. 세상이 원하는 것이 아니고, 부모님이 원하는 것이 아니고, 남의 시선이 원하는 것이 아닌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이 쉽지 않아서 말이죠. 하지만 그걸 찾아낸다면 다음 소원은 쓰지 않을 거예요. 이미 ‘마법’이 시작되었어요.

김혜원 주부·서울 강남구 일원동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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