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라이프]<4>유비쿼터스, '접속한다 고로 존재한다'

  • 입력 2004년 1월 18일 18시 16분


정보경영 컨설턴트 서재원씨(28)의 배낭 안은 시가 1000만원 상당의 디지털 장비로 가득하다. 서씨의 배낭은 그와 세계를 ‘접속’하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길을 가다 재미있는 간판이나 멋진 풍경을 만났을 때 그는 디지털 캠코더를 꺼내든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에 메모한다. 휴대전화로는 귀갓길에 뉴스를 시청한다.

노트북은 두 개. 하나는 회사 업무용이고 다른 하나는 사진과 동영상 편집을 위해 쓴다. 이 밖에 밤 기차 안에서도 자판을 볼 수 있게 하는 노트북 조명기, 무선 마우스 등이 배낭을 채우고 있다.

길을 가다가 갑자기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큰 용량의 문서나 화상·동영상 등을 전송해야 할 때도 불편은 없다. “무선 랜이 가능한 커피 체인점이나 1급 호텔 로비에서 마음대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요. ‘나의 인터넷 아지트’죠.”

●걸으며 접속하는 ‘디지털 유목민’

유비쿼터스(Ubiquitous) 인간이 오고 있다. 유비쿼터스란 말은 ‘어디든지(everywhere)’라는 뜻의 라틴어 ‘유비크(ubique)’에서 나온 신조어. 사용자가 장소와 시간, 네트워크나 컴퓨터의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휴대전화로 e메일을 수신하고 웹서핑까지 할 수 있게 된 오늘날, 이미 ‘항상 접속’의 유비쿼터스 환경은 부분적으로 우리 일상에 침투해 있다.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대 캠퍼스. 복학생인 3학년 M씨가 학생회관 카페에서 웹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학교 어디서나 무선 랜으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죠.” 그의 ‘자유 접속’은 연세대가 지난해 8월 ‘유비쿼터스 캠퍼스(u-Campus)’ 환경을 실현해 가능해진 것. 방문객들이 센서로 교내 각 장소의 위치정보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한국토지공사는 16일 경기 용인시 일대 64만여평을 ‘미래형 디지털 시범도시’로 개발해 2007년까지 조성 사업을 끝내겠다고 발표했다. 곳곳에 센서를 설치해 도시 전체를 컴퓨터시스템으로 관리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 시범도시가 건설되면 차 안에서 집안의 가전제품을 제어하고 거실에 앉아 도시 전체의 교통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사이버공간과 현실공간의 통합

정보통신부는 2004년을 ‘광대역 통합망(BcN)’ 조기구축 원년의 해로 삼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2010년까지 세계 최초 구축을 목표로 추진 중인 BcN이 실현되면 초고속인터넷의 전송속도가 현재보다 50배 이상 빨라져 통신 방송 인터넷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의 단말기를 들고 다니며 웹서핑 화상전화 방송시청을 동시에 즐기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이와 함께 ‘전 생활공간의 유비쿼터스화’가 이루어져 어디서나 네트워크 접속이 가능해진다.

유비쿼터스 환경에서는 인간뿐만 아니라 사물들도 상시 접속해 있다. 가전제품 등 곳곳에 칩이 심어져 웹과 접속한다. 지난해 10월 열린 ‘한국전자전’에서는 화장실에 앉은 사람의 혈압 당뇨 등 건강지수를 자동 체크해 주치의에게 알려주는 원격 의료정보 서비스가 선보였다.

이런 현실의 변화가 가속화되면 지형지물에 전자식별자(UFID·Unique Feature IDentifier)로 좌표를 부여해 별개의 것으로 여겨졌던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이 하나로 통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월 19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지하도를 걷는 사람’만을 타깃으로 설정해 광고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소설 ‘1984년’의 현실화?

이런 ‘유비쿼터스 세상’은 과연 인간의 궁극적인 ‘이상향(u-Topia)’일까. 지난해 출간된 ‘유비쿼터스-공유와 감시의 두 얼굴’(리처드 헌터 지음·21세기북스)은 유비쿼터스 세상이 가져올 수 있는 사생활 침해 등의 부작용에 주목한다. 유비쿼터스 환경에서는 ‘접속이 곧 노출’이다. 조지 오웰이 소설 ‘1984년’에서 예언한 감시체제와 다름없는 것.

김동환 호서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 국민이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과 같은 유비쿼터스 환경 아래서는 여론몰이도 쉽게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유비쿼터스 맨' 서재원씨의 디지털 장비 ▼

자신이 사용하는 각종 디지털장비로 무장한 서재원씨. 서씨는 자신의 신조를 "내게 접속하세요. 그리고 당신의 디지털라이프를 가져가세요"라고 밝혔다. -박주일기자

① PDA=일정, 주소록 등 개인정보 관리를 위해 사용. 비상시 문서를 작성해 전송

② 노트북=DVD 재생이 가능하면서 여타 잡다한 기능을 빼 무게가 가벼운 기종을 선택.

디지털 카메라나 디지털 캠코더로 찍은 화상을 편집해 무선 랜 존(Zone)에서 전송

③ 휴대용 메모리=1회에 1기가바이트까지 대용량의 정보를 쉽게 옮길 수 있음

④ MP3 플레이어=휴대용 오디오. 음질이 더 좋은 미니디스크(MD)도 즐겨 사용

⑤ 디지털카메라=화소 수 510만으로 인화했을 때 필름 사진과 거의 차이 없음

⑥ 휴대전화=한 손으로 조작 가능한 기능형

⑦ 외장형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1기가가 넘는 대용량 데이터 저장용

▼용어 설명 ▼

▽스마트웨어(Smart Wear)=디지털 센서와 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등이 접목된 의복.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로도 불린다.

▽TI(Tangible Interface)=인간의 감각을 가상세계에서 구현하는 기술. 시청각 정보 외에 촉각 후각 등의 정보를 수용하고 재현한다.

▽NGN(Next Generation Network)=전화, 인터넷전용망, 무선통신망 등을 하나의 망으로 통합해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한국 등 각국에서 표준화 작업 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